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 확정…“액면분할·이사 수 상한”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4.12.23 19:12
수정 2024.12.23 19:44

임시 이사회서 내달 23일 열릴 임시주주총회 안건 상정

MBK “표대결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 집중투표제 악용”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고려아연은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내달 23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소액주주 권한 및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최우선 방점을 두고 검토가 진행됐으며,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소수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이사 수 상한 설정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등을 추진한다. MBK·영풍 측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 ▲14명 이사 선임 안건도 모두 상정됐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분할 안건을 확정했다. 소수주주보호 규정은 경영진이 단독주주 및 소수주주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소수주주가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설명을 청구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간배당에 더해 3월과 6월, 9월 말일을 기점으로 분기 배당을 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을 새로 도입하는 안건 등 주주친화정책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소액주주연대뿐만 아니라 MBK·영풍 측도 제안했던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안도 포함됐다. MBK·영풍 측은 최근 고려아연 주가와 거래량 부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식 액면분할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해당 안건의 임시주총 통과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권고하는 상장기업의 적정 이사 수(20명 미만)와 ISS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사 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많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MBK·영풍 측은 14명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모든 사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춰 외국인 및 재무 전문가, 위기관리 전문가 등을 사외이사로 추가로 선임하고 여성 사외이사도 추천하기로 했다.


다만, 영풍 측이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관련해 제안한 정관변경안에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정하기로 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으므로, 만약 영풍 측 제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정관 개정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대표이사 자문기구(사외이사 2명 참여)로 운영되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상법상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인 ‘ESG위원회’로 승격하는 안도 추가했다. 그동안 고려아연의 지속가능경영 현황과 방향성, 장단기 계획 등을 평가, 검토하고 중요한 정책 사항을 대표이사에게 건의했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의 이사회 승격을 통해 ESG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은 지난 10일 고려아연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를 전제로 한 집중투표를 청구했다. 이사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집중투표를 도입하는 정관변경안과 집중투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도 추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려아연 이사회가 숙고를 거쳐 임시주총 안건을 확정했다”면서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MBK·영풍은 이날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표 대결 판세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원문화재단을 포함한 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88% 이상인 ‘유미개발’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주제안한 것에서부터 최 회장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의 집중투표제 도입 꼼수는 일반 주주 및 고려아연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일반공모유상증자 시도 때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이해되나, 본건의 경우에는 1,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이뤄지는 주주제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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