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북한, 미국 겨냥해 신형 미사일 도발 나서나
입력 2024.12.24 05:30
수정 2024.12.24 05:30
합참 "최근 고체추진 탄도미사일
동체 생산 및 이동 징후 포착
연말 결산회의 전후 발사 가능성"
북한이 비상계엄 후폭풍에 휩싸인 한국을 자극하는 대신 '로우키(low-key)'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조만간 미국령 괌을 염두에 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 결산회의가 예정된 데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만큼, 성과 및 존재감 과시 차원에서 도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배포한 북한군 동향 관련 참고자료에서 "최근 (포착된) 고체추진 탄도미사일 동체 생산 및 이동 징후, 국방발전 5개년 계획, 미국 대통령 취임 등 대내외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 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기습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를 계기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국방발전 5개년 계획과 관련한 '핵심 5대 과업' 중 하나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콕 집어 개발 및 도입을 요구한 무기체계다.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고체추진 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해 왔지만, IRBM에 관련 기술을 모두 적용한 것은 지난 1월이 처음이었다. 3개월 뒤 북한은 기존 '원뿔형'이 아닌 '글라이더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신형 IRBM까지 선보였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가 지난 4월 2일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새로운 무기체계의 첫 시험발사는 안전을 고려해 사거리를 1000㎞ 한도 내로 국한시키고,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지연과 능동 구간에서의 급격한 궤도 변경 비행방식으로 속도와 고도를 강제 제한하면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활공도약형 비행궤도 특성과 측면 기동 능력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첫 발사인 만큼, 엔진 역량을 극대화하지 않고 '변칙 기동'의 정상 작동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민활하고 우수한 기동 특성이 뚜렷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이 2단 엔진 점화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2단 엔진연소 중 비행 방향을 변경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우리 군 분석과 차이가 있다"며 "모두 과장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군이 해당 미사일 비행거리를 600㎞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변칙 기동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이 우리 군 예상대로 극초음속 IRBM을 쏘아 올린다면, 첫 발사 때보다 사거리를 늘리는 등 성능 강화를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 4월과 달리 고체엔진이 제 성능을 발휘할 경우, 북한은 사실상 모든 사거리의 고체추진 탄도미사일을 운용하게 된다.
우리 군은 북한 고체추진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단거리는 사실상 개발 완료 단계로 보고 있다. 장거리의 경우, 최근 화성-19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으로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다만 군 당국은 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등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술력을 입증하려면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해야 한다.
실전 배치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북한의 고체추진 탄도미사일 확충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다.
액체연료를 활용했던 기존 탄도미사일은 일정 시간 동안 연료 주입이 필요해 탐지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하지만 고체연료는 탈부착식이라 기습발사에 유리하다. 우리는 물론 미국·일본 역시 발사 징후를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짧아지는 셈이다.
더욱이 이동식발사대(TEL) 등으로 발사원점 다변화에 주력하는 북한 전략까지 감안하면, 북한의 기습 핵공격 역량은 날로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