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 뉴욕 5대 식당이 되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12.21 09:32
수정 2024.12.21 09:33

임정식 쉐프. ⓒ 데일리안 DB

세계적인 미식 평가 업체인 ‘미슐랭 가이드’가 얼마 전 2024년 뉴욕 가이드를 발표했다. 거기에서 뉴욕의 한식당 ‘Jungsik New York(뉴욕 정식당)’이 별 셋을 받아 화제다. 별 셋은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점이다. 미국 전체를 통틀어 미슐랭 별 셋을 받은 식당은 14곳에 불과하다. 뉴욕 정식당이 그 대열에 끼면서 미국 한식당 최초 미슐랭 별 셋의 주인공이 됐다.


전 세계 요리의 집결지라는 뉴욕에선 뉴욕 정식당을 비롯해, 채식당인 일레븐 매디슨 파크, 해산물 식당인 르 버나댕, 일식당인 마사, 프랑스 식당인 퍼세, 이렇게 단 5곳만 미슐랭 별 셋을 받았다. 뉴욕은 세계적 주목을 받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5대 식당 중의 하나로 뽑혔으니 한식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정식당의 본점은 한국 강남에 있다. 한국 정식당은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2016년에 별 하나를 받았고, 2017년부터 별 둘을 받아왔다. 미슐랭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별 셋은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에 주어진다. 단지 그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정도이니 식당 하나가 관광 명소급이라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미슐랭 가이드는 식당 분위기, 종업원 친절도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채점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은 평가원들이 재량껏 참고할 수 있는 부분에 불과하고 사실은 요리의 품질이 판정의 핵심 기준이라고 한다. 요리를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 등 5개 요소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다.


미슐랭 가이드 측에선 정식당에 대해 "음식의 질과 소스 작업이 훌륭하며 음식 배치도 흥미롭다. 맛은 세련되고 명확하며 조화롭다", “끝까지 감탄을 자아내는 세련된 식사를 경험할 때가 있는데, 정식당은 이제 그 경지에 도달했다” 등 격찬을 쏟아냈다.


정식당을 이끄는 사람은 임정식 요리사다. 군 복무 시절 2주간 취사병 ‘대타’를 뛰면서 요리의 즐거움에 눈을 떴다. 백종원 대표도 군대에서 요리에 눈을 떴다고 했다. 임 대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는데 군대에서 처음 요리를 해보고 정말 좋아한다는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전역 후 대학을 휴학하고 세계적 요리학교인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로 진학했다. 졸업 후 2007년에 스페인의 미슐랭 별 둘 식당에 무작정 이력서를 내고 무급 견습생으로 일했다. 그곳에서 ‘뉴 스패니시’ 요리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뉴 코리안’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래서 결국 한국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정식당을 만들게 됐다.


“한국에 10년 내로 미슐랭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으니, 미슐랭이 있는 미국으로 내가 가겠다”며 2011년에 뉴욕 정식당을 열었다. 그리고 2012년에 별 하나, 2014년부터 별 둘을 받아오다 이번에 마침내 별 셋을 받았다. 미국 진출 13년만이다.


뉴욕 정식당이 별 셋을 받는 데에는 최근 급상승한 한식의 위상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임 대표는 “처음 미국에 진출했던 10여 년 전 한식은 뉴욕에서 코리아타운, 36번가에만 머물러 있는 문화였다. 지금은 한인이 밀집한 코리아타운 밖, 뉴욕 전역으로 한식 저변이 확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언론에서 한식을 빼면 이야깃거리가 없을 정도다. 이제는 ‘코리아’만 붙으면 일단 화제성을 잡고 가는 분위기다. 그만큼 한식은 ‘핫한 것’이 되고 있다. 한국 식당도 많아지고, 한국 브랜드도 많아지고 한국 셰프도 많아지고 있다. 한때는 한식 붐이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잘 몰랐을 거다. 이제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식도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K팝 스타들이 먹는 음식이 뭔지 전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세상이 됐다. 좋아하는 스타가 먹는 음식을 함께 즐기고 싶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식에 대한 호기심이 늘었다.”라고도 얘기했다.


이렇게 한국과 한식이 뜨니 미슐랭에서도 한식당을 재평가하게 됐을 것이다. 미슐랭 별 한식당이 2010년에 0개였다가 2023년에 31개가 됐고, 2024년엔 84개가 됐다. 최근으로 올수록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 사이에 한식의 맛이 갑자기 변하지 않았으니, 결국 달라진 건 한식을 대하는 미슐랭의 시각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식의 위상이 격상되면서 아르헨티나에선 김치의 날이 제정되기도 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식 법령으로 제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미슐랭과 더불어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로 꼽히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아시아판인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 행사가 올해와 내년에 2년 연속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것도 한식의 부상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한식이 점차 세계인의 음식이 돼가는 분위기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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