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즌2"…한 대행, 재정 우려 '재의요구권' 행사에 야당 맹비난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12.20 00:20
수정 2024.12.20 00:20

韓 "국가 미래 최우선 놓고 결정, 마음 무거워"

민주당 "내란 피의자의 입법권 침해" 파상공세

재의요구권, 헌법재판관 임명 촉구 명분될 수도

재판관 임명·특검법 거부, 탄핵 '레드라인' 전망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법안에 국가 재정 부담을 우려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민주당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이자 '윤석열 시즌2'"라며 파상공세를 가했다.


민주당은 19일 6개 법안(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한덕수 권한대행을 향해 "그에게서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며 거부권으로 국회를 무력화했던 윤석열이 겹쳐 보인다"고 힐난했다.


한 대행은 같은 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이같은 내용의 쟁점 법안들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민주당정권이었던 2004년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여야의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오로지 헌법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재정 부담을 우려해 양곡관리법 등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양곡법이 통과되면 해마다 조 단위의 재정이 투입된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대행이 지금 해야할 일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며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본분이 어디 있는지 깨닫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한 대행은 대통령이 아닌 내란 사건의 피의자로 민주당 역시 한 대행이 내란 수괴와 그 잔당들에 부역할 수 있다는 점을 한시도 간과하지 않겠다.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간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공연히 언급해왔고, 지도부 내에서도 수시로 탄핵이 거론돼 왔다. 다만 실제 탄핵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에 비판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상태"라며 "일단 국회가 진행 중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등 한 대행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2인에 대해 한 대행이 임명을 거부할 경우 즉각 탄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레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23일과 24일 헌법재판관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실시 계획을 전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의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정원 중 3명이 공석이다. 헌법 제113조에 따르면 헌재에서 법률의 위헌결정·탄핵의 결정·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재판관으로서는 6명 모두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대행의 이날 쟁점 법안 거부권 행사가 추후 민주당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될 단초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행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재판관 임명 권한 역시 거부권 행사와 같은 논리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니까 (헌법재판관) 임명권도 행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논리로 연결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당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을 받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맞교환 카드로 쓸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거부권은 양해해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다만 거부권 행사라는 적극적 권한 행사를 하면 그것(재판관 임명)을 안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분석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2일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한 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여부 결정 시점은 내년 1월 1일이다. 민주당은 이미 한 대행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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