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후배' 권성동~이재명, 공개 발언선 은근 신경전…비공개 땐 화기애애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12.18 15:25
수정 2024.12.18 15:35

중앙대 법대 2년 선후배…고시공부 함께한 사이로 알려져

尹 탄핵안 가결 후 첫 회동…權 "남발한 탄핵안 철회하자"

李 "민생 추경 전향적 검토 부탁"…국정협의체 참여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대면했다. 중앙대 법대 2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공개 발언에서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비공개 자리에서는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권성동 대행은 18일 오후 국회본청 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아 이재명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권 대행은 "최근 이 대표 말씀 중에 우리 안보, 국방을 책임지는 국방장관의 임명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나도 환영하고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작금의 사태, 이번까지 세 번의 탄핵 정국인데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통치구조, 소위 말하면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잘 맞는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우리가 이 시점에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1987년 헌법체제 이후 7번째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는데 제대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젠 '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이 대통령제를 좀 더 많은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상생과 협력이 될 수 있는 제도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이 점에 이 대표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권 대행은 민주당의 감사원장·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남발 등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총 14건의 탄핵소추안이 지금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며 "그리고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헌재가 언제 23건의 탄핵소추안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작금의 국정상황 수습을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했던 탄핵소추, 정치공세적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우리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서 헌재의 부담도 덜어주고 많은 분이 탄핵소추해서 국정이 마비된 상태니까 그것도 풀어주시길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표는 마이크를 넘겨받고 권 대행과의 인연을 먼저 소개했다. 이 대표는 "어제도 전화드렸는데 (권 대행은) 대학 선배이시고, 어릴 때 고시공부도 같이 한 옆방 쓰던 선배"라며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전화에서 말했듯 정치가 복원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원래 세상 사람들 모여 살다보면 다 생각도 다르고, 이해관계나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다투거나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마치 전쟁처럼, 상대방을 제거해 버린다든지 오로지 나혼자만 살겠다 이런 태도를 가지면 공동체 유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서로 존재를 인정하고 적정하게 양보하고 타협해서 일정한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게 정치 본연의 역할인데 현재는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정치란 게 정치인도 행복해야 되고 국민도 행복해야 되고 나라도 안정돼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꾸준히 누군가 제거하기 위해 싸우고 주어진 권력으로 내 이익을 어떻게 챙길까 노심초사하다보면 본인도 불행하다"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화 못할 주제가 없고 협의 못할 의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정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얼마든지 협의해나갈 수 있다 생각한다"며 "조속히 민생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하면 좋겠다. 전향적인 검토를 부탁한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권 대행에게 자신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 그는 "필요한 부분까지도 다 양보할 수 있다. 지금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내교섭단체로서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방안을 강구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단끼리 국회 운영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 대 당 토론'이나 논의는 매우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창구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비공개 자리에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권 대행과) 같은 학교 동문이기도 하고 고시공부하면서 나란히 공부한 사이이고, 개인적으로는 친하니 부드러운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권 대행은 비공개 자리에서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에 대해 조속하게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 대표도 화답했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권 대행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국민의힘에서 권 대행과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최은석 원내대표 비서실장, 박수민 원내대변인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와 이해식 당대표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수행실장,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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