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5000원 어묵부터 애물단지 화환까지…성숙한 시민의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데일리안이 간다 109]
입력 2024.12.18 05:02
수정 2024.12.18 09:07
국회의사당 집회 현장 인근 '선결제' 음식점 불친절 논란…주인 "바쁜 와중에 발생한 작은 오해"
국회 인근 1개에 5000원 어묵 등장…시민들 "이 와중에 이렇게까지 바가지요금 받는 게 안타까워"
용산 대통령실 앞 응원 화환, 처치 곤란해 애물단지로 전락…시민들 "통행 불편하고 흉물스럽다"
대통령실 "남겨진 화환 처리 방안 논의한 적 없어"…용산구 "화환은 배송 특정인 물건, 쓰레기 아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집회 과정 중 거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돋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고 응원 화환들의 회수가 원활하지 않아 쓰레기로 전락하는 등 시위 현장의 부끄러운 뒷모습들도 난무하고 있다.
이번 집회에서는 ‘선결제’ 문화가 새로운 집회 참가 방식으로 주목 받았다. 한 시민이 집회 현장 인근의 상점에 미리 결제를 해두면 집회 참가자들이 커피나 음식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도 연출됐다. 한 시위 참여자는 최근 SNS를 통해 "지난 8일에 선결제 받았던 국회의사당역 인근 한 식당에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며 "경찰한테는 친절하게 대하는데 시위 참가자에게는 메뉴판을 던지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음식점 주인은 "조금 더 신경 써서 공손하게 드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메뉴판을 던졌다는 건 바쁜 와중에 발생한 작은 오해였다"라고 해명했다.
바가지요금을 통해 장사 잇속을 챙기려는 상인의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 14일 집회가 열린 국회의사당역 인근에는 어묵 1개를 5000원에 판매하는 상인이 등장했다. 통상 1개에 1000원에서 1500원 정도지만 집회 특수를 악용해 3~5배 비싼 가격에 판매한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 최모(28)씨는 데일리안에 "추운 날씨 속 몸을 녹일 겸 어묵을 먹기 위해 가격을 물어봤다가 깜짝 놀랐다"며 "누구는 집회 참가자를 위해 선결제를 하는 등 선행을 베푸는데 누구는 이렇게 바가지요금을 받고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지난 14일 이후 대통령실 앞에는 수많은 응원 화환들이 배송됐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배송됐던 것과는 달리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처치가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7일 오후 데일리안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을 방문했을 때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환 행렬이 이어졌다. 삼각지역 13번 출구 인근부터 녹사평역 5번 출구까지 대통령실과 인접해 있는 약 1㎞ 구간에는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 수천개가 설치됐다. 화환 리본에는 "22번 탄핵질 예산 겁박하는 민주당이 내란이다", "반국가 동북 척결", "대통령님 힘내세요", "내란죄는 민주당 패거리들", "윤석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거리에 놓인 화환들을 보며 대통령실 앞을 지나던 박모(71)씨는 "화환이 엄청 많다고 해서 구경 삼아 와봤는데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며 "대통령을 향한 마음은 알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좁은 인도에 화환까지 줄줄이 놓여 있으니 통행하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모(56)씨는 "응원 화환이라고는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흉물스럽다"며 "하루빨리 시국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수가 쉬운 것 만은 아니다. 경기도에서 화환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화환 수거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며 "화환을 주문한 사람이 직접 수거하거나 화환 전문 처리업체를 불러 회수해야 한다. 화환업체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환이 너무 많아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화환은 배송했던 업체에서 회수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겨진 화환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용산구 관계자는 "쓰레기라면 구에서 처리하겠지만 화환은 배송한 특정인이 있는 물건이라 쓰레기로 볼 수 없다"며 "화환 리본에 의견을 써 놨기 때문에 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환 처리 문제를 두고 광고물관리팀에서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