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계엄령] 계엄령 후폭풍…국무위원 총사퇴 결정에 ‘무정부’ 상황 우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12.04 15:05
수정 2024.12.04 15:14

계엄령 해제 이후 한 총리 포함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

경제·사회 전반 혼돈 불가피

한덕수국무총리와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이 정부 전 부처로 확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국무위원 전원이 총사퇴를 결정하면서 정책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18명 전원은 4일 오전 한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내각 총사퇴로 계엄령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참모진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4일 오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의 불안이 크실 줄 알지만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현재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한 18명의 부처 수장이 총사퇴를 결정하면서 국정 공백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각 부처는 이날 예정했던 각종 브리핑과 일정들을 줄이어 취소했다. 기획재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이날 새벽 1시께 취소했다.


내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앞두고 연간 통계 정책을 확정하기 위한 국가통계위원회도 미뤘다. 최상목 부총리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면담을 취소했다. 김윤상 제2차관 참석 예정이던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연기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김포시 열병합 발전소 준공식 참석과 인천광역시 부평구 한국GM공장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오후에 예정한 인천남동산단 민관합동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도 불참하기로 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오전에 디지털 금융안전 유공자 시상식 현장 방문을 취소했다. 송미령 농림식품부 장관도 오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선농산물 입점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전과 오후 예정했던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 시상식과 대한산업안전협회 60주년 기념식 불참을 통보했다.


이 밖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현재 귀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무위원들이 총사퇴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훤하다. 의료파업 사태를 비롯해 침체한 내수, 세수 부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가득한데, 갈등과 문제 해결을 주도할 장수(將帥)가 없다. 외환 정책과 주식·채권 시장의 혼돈도 마찬가지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한 ‘전향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등 내수 회복 기대를 키운 상황에서 국무위원 총사퇴는 국가 경제 전반을 사실상 무질서 상태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거론하는 와중에 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런(비상계엄 선포) 선택을 해서 경제에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이번 일이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대탈출)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밸류업(기업 가치 향상)을 한다던 정부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감점 요소)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처 내부에서는 국무위원 전체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표가 수리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최근 어려워진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일정 부분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내각 전체 사의가 수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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