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11명 탄핵' 추진…'의회독재' 일상화 된 민주당
입력 2024.12.03 00:00
수정 2024.12.03 00:00
거야, 중앙지검장 탄핵…檢 지휘라인 흔들기
나아가 헌정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까지
국민의힘 "탄핵 남발은 이재명 방탄용" 비판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 정권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데서 나아가 헌정 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22대 국회 임기 개시 반년 만에 민주당이 단독 추진한 고위공무원 탄핵 추진 대상만 11명이다. 여당에서는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의회독재'이자 '정치테러'라는 성토가 나온다.
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본회의 직전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안 총 4건이 보고됐다. 탄핵안이 보고됨에 따라 국회는 오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야 한다.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300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만 해도 과반을 넘는 170석이다.
이로써 22대 국회 임기 개시 반년 만에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로 강행 처리한 고위공무원 탄핵 추진 대상은 11명이 됐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탄핵을 추진한 대상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박상용·김영철·엄희준·강백신 검사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이진숙 방통위원장 등 7명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 탄핵은 헌법상 권한이고 비정상을 바로잡는 수단"이라며 "민주당의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라 미래를 위해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꼭 해내겠다"고 말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강행키로 한 최 감사원장 탄핵 사유는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부실 감사 의혹 △국정감사 당시 국회 자료 제출 거부 등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의혹 △문재인 정권 당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국가통계 조작·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정치감사 의혹 등이다.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감사원은 민주당이 제시한 탄핵 근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감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임 정부 일은 감사하면 안 된다고 하면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면서 "감사원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엄정히 감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감사에 대해서도 "그분에 대한 다수의 비위 제보가 있어 감사에 착수했다"면서 "제보사항 중 비위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고, 비위가 확인된 부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했다. 조사한 결과대로 공정하게 감사보고서에 실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 이전 관련 감사에 '1년 8개월'이 걸렸다는 점에서 '봐주기 감사'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 감사 역시 2년 3개월째 진행 중인데, 이것을 봐주기 감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정치 감사 공세를 거듭 일축한 뒤 "헌법상 독립기구의 수장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당장 멈추어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탄핵의 부당성을 설파했다.
민주당은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해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 점 등을 탄핵 사유로 꼽는다. 검찰이 야당탄압의 수단으로 이재명 대표를 잇달아 기소하면서도 김 여사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의 잇따른 탄핵 추진에 검찰도 공개적 반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 차·부장검사, 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이 반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수석 평검사들도 200여명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 회의를 열고 입장문 발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의 대대적 반발은 전국 지검장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사 탄핵소추 대상 중 한 명인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거대 야당이 내세우는 탄핵 사유는 하나같이 허위이거나 헌법에 따른 탄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실들"이라며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중대한 위헌·위법한 사실은 없고 오로지 정치적 구호와 정파적 이익을 위한 희망사항만 존재한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국회를 겁박하는 행위에 고발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감사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데, 별도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고발 조치하겠다"며 "집단행동으로 국회를 겁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변했다.
다만 민주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탄핵 대상자의 직무를 일시적으로나마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의 사유가 구체적 근거보다 주장에 기인하는 만큼,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민의를 대리하는 민주당을 향한 사정기관의 폭압적 행태를 잠시나마 저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 남발을 민의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중앙지검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항소하니까 지휘라인을 잡고 흔들어 차후 재판에 차질을 주려는 의도가 뻔하다"라고 주장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탄핵 대상자의 직무가 마비되는 점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실제 감사원도 "감사원의 헌법 기능이 마비된다"고 우려했고, 검찰 또한 "이 대표 사건 공소 유지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중앙지검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심 징역1년·집행유예2년)과 위증교사(1심 무죄) 혐의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징역 2년을,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정기관 탄핵을 '이재명 방탄용'이자 국정 마비를 노린 '다수당의 횡포'라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오는 4일 오후 국회 경내에서 당원과 시민을 모아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단지 다수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 국회의 권한을 남용해 탄핵을 남발하는 일은 후진국의 의회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탄핵은 헌정사에 전례 없는 거대야당의 막가파식 횡포"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감사를 중단시키고, 국정을 흔들며 정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테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