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금·은’ 안전자산 가격 ‘고공행진’
입력 2024.11.27 07:00
수정 2024.11.27 07:00
금·은 선물, 연초 이후 26%↑…천정부지
전쟁 장기화·금리 인하·인플레 등 수요 확대
금 가격, 내년 온스당 3000달러 전망도 나와
내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은과 같은 안전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초기 재정적자와 무역 갈등 고조 우려 등이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하락하던 금 선물 가격 등 안전자산 가격이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지속되는 데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지난 25일 종가 기준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93.7달러(3.45%) 하락한 트로이온스(1ozt=31.10g)당 2618.50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금 가격이 흔들렸다는 진단이다.
다만 추세적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 연초(2072.90달러) 대비 26.6%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잠깐 하락세를 기록했으나 지난주(11.18~22일)에는 5.53% 오르는 등 반등 중이다. 이는 주간 거래 기준 지난 2023년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같은 안전자산인 은 가격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 선물 12월물 가격은 지난달 22일 34.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 25일 종가 기준 올해 들어 26.5%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감이 등이 여전해 안전자산 선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면서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는 것 역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피하고자 안전자산으로 금을 사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된다면 트럼프 1기 당시 금 랠리 시점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안전자산 선호가 내재해 있는 상황에서 무역 분쟁까지 작용한다면 금의 랠리 사이클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리테일 수요 증가 등도 안전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위원회(WGC) 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약 70%는 외환보유고 관리 차원에서 향후 5년간 금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집계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각 이슈로 인해 단기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금 가격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집중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매크로 환경과 유동성에 따라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금 가격의 견조한 성과가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