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에 국민의힘 '한숨'…"아쉽지만 민생 초격차 만들 시기"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11.26 06:00
수정 2024.11.26 06:00

'12개 혐의로 5개 재판' 받는 이재명에 "사법리스크 여전"

당내 "野, 유죄여도 방탄했을 것…민생 초격차 만들어야"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당내에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이번 위증교사 혐의의 항소심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여전히 이 대표가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정치적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민생 정책 발굴을 통해 민주당과 초격차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도 "11월15일 징역형 유죄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사법부의) 판결도 존중한다. 민주당은 15일의 징역형 유죄판결도 존중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날 오후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 과거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 사칭'을 했다가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관해 "검사를 사칭하지 않고 누명 썼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연락해 선거법 재판에서 당시 상황에 관해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위증범 김진성 씨에게 진술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거짓 증언을 교사하려는 고의도 증거도 없다"며 "김씨가 이 대표 요청을 받고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판단해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판결에 국민의힘 인사들은 한 대표와 비슷하게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날 이 대표 1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번 영장에 관해 법원은 위증에 대해 소명됐다고 했으나, 오늘 위증교사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며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위증의 본범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판결이 구조적으로도 성립되지 않아 보인다"고 평석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이 대표가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자신의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며 스스로 위증했다는 상식 밖의 판결"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주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수차례 '기억 안난다'고 말한 김진성 씨에게 몰래 접촉해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말하며, 자신의 변론요지서까지 전달했다"며 "1심 재판부의 말대로 이러한 행위가 통상의 변론 활동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돈과 권력을 가진 피고인들은 누구나 증인과 접촉해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당내에선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를 완전히 벗은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 1심 선고가 났을 뿐인데다, 위증교사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상급심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3선의 조해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판부가 이 대표를 봐 주기로 작정하고 작위적 논리를 구성한 것 같다"며 "정상적으로 재판한다면 2심에서는 판결이 바로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판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두 번의 남은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도 앞선 공지의 마지막에 "법 상식에 명백히 어긋나기 때문에 상급심 판단에서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믿는다"며 "사법부가 본 사건을 올바르게 판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이 대표의 무죄 선고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별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더 크게 감지되는 모양새다. 현재 이 대표에게 걸린 혐의가 12개인데다 진행 중인 재판이 5건에 달하는 만큼 아직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쌓여있단 시각에서다. 이날 나온 위증교사 1심은 5건의 재판 중 2번째 재판의 결과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재 이 대표와 관련해 5개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당력을 쏟아부을 순 없다"며 "민주당도 이제는 이재명 방탄에서 벗어나 민생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동시에 당내에선 '민심' 중심의 기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의 선고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할 수 있는 정책적인 부분에 힘을 실어 이 대표, 민주당과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선고 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 대표는 여전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이고, 앞으로 더 많은 선고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이 대표가 유죄가 나왔든, 무죄가 나왔든 무조건 방탄으로 계속 갔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했던대로 민생 행보에 집중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과 차별화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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