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역사 갈림길에 선 177개국…첫발 내딛는데도 진통[INC-5]
입력 2024.11.25 16:47
수정 2024.11.25 16:47
유엔 플라스틱 협약 5차 위원회 개막
첫날 본회의 의제 상정조차 못 해
산유국 ‘선언적 수준’ 의장 제안도 NO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생산국과 소비국 간 입장 차가 워낙 크다보니 협상 탁자에 올릴 의제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INC-5는 회의 첫날인 오후 5시 현재까지 어떤 내용으로 이번 협상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원료(폴리머) 생산국으로 꼽히는 중국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폴리머 자체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들은 생산을 규제할 게 아니라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유럽연합 등 플라스틱 주요 소비국들은 일정 기간을 두고 폴리머 생산량 자체를 감축하는 목표치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2040년까지 현재 대비 40% 감축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루이스 바야르(에콰도르) INC 의장은 우선 큰 틀에서 합의하고 훗날 추가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다듬어가자고 제안한 상태다. ‘생산 감축’ 등 이견이 심한 부분은 우선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하고, 세부 기준과 지침(가이드 라인) 등은 향후 추가 논의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번 INC-5에서는 의장 제안문에 대한 찬반 조차도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큰 틀에서 의장 제안에 동의하는 국가가 다수지만, 산유국들은 의장 제안문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오늘 개막식 이후 지금까지 의장 문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것 자체조차 산유국을 중심으로 찬성하지 않아 어떤 논의를 의제로 할지 합의가 안 된 생태”라고 말했다.
본회의에서 무엇을 두고 논의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INC-5에서 구체적인 협상안이 나오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번 INC-5 회의에서 생산 감축은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단계별 접근,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동안 ‘국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는데, 협상 성안을 최우선 목적으로 내부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읽힌다.
김 장관은 “지난 4차례 INC를 통해 만들어 낸 의견서가 77페이지이고, 이와 별개로 의장이 제안한 제안문이 있는데, 우리는 협상을 위해서라면 일단 서로 양보하는 차원에서 의장 제안문으로 (협의를) 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