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입 주목하는 메모리업계…블랙웰 효과 언제쯤
입력 2024.11.20 12:12
수정 2024.11.20 14:39
블랙웰 "내년 상반기부터" vs "순조롭게 출하중" 의견 엇갈려
출하 지연 시 차세대 HBM 공급 영향…범용 메모리價 하락도 부담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실적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최대 화두로 '블랙웰(Blackwell)'이 꼽힌다. 이 기간 실적 보다는 블랙웰 과열 문제가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단기적으로 해결할 사안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블랙웰 정상 공급까지 최소 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과, 공급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엇갈린다. 엔비디아가 당일 어떤 결론을 내놓느냐에 따라 맞춤형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시장은 오는 21일(한국시간) 새벽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젠슨 황 CEO 등 엔비디아 경영진이 블랙웰을 둘러싼 과열 문제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지난 17일 '새로운 AI칩 서버 장애에 대한 엔비디아 고객들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블랙웰 프로세서가 서버 랙에 연결됐을 때 과열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도한 이후, 시장의 의구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버가 과열되면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이 저하되고 하드웨어 손상 위험도 발생한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버랙 OEM업체에 여러 차례 설계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서버 랙 제조사들은 최악의 경우 내년 6월 말쯤에야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엔비디아는 선도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엔지니어링을 되풀이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예상 가능한 범주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블랙웰 결함 이슈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디인포메이션은 설계 결함을 이유로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블랙웰 GB200 납품 연기를 통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GB200은 B200 2개에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CPU)를 붙인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한 행사에서 "블랙웰에 설계상 결함이 있었다"고 시인하며 "블랙웰 칩셋을 작동시키기 위해 7가지 유형의 반도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결함 발생으로 구글, 메타, MS 등과 같은 주요 고객사들은 해당 칩이 탑재된 서버를 제 때 가동시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와 구글은 GB200을 100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40만개를 구매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6만5000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블랙웰 공급 지연 우려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클 델 CEO는 전날 자신의 SNS 'X'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GB200 NVL72 서버랙이 출하되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안 벅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 및 HPC부문 부사장 역시 같은 날 "블랙웰 시스템 출시가 원활하게(smoothly)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웰에 대한 갑론을박이 난무한 가운데 시장의 의문은 21일 엔비디아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 것으로 보인다. 만일 블랙웰 생산이 예상대로 연말연초 본격화된다면 이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 물량도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B100·B200에는 8단 HBM3E 8개가 탑재되며, 블랙웰 울트라에는 12단 HBM3E 8개가 투입된다. 사실상 가장 많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HBM3E 공급량 증가로 실적도 수직 상승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했다. HBM3E 12단은 9월 말 양산에 돌입했으며 6세대 HBM인 HBM4의 경우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올 4분기 HBM3E 12단 양산 개시,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 유지" 등을 근거로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이 8조2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도 4분기 3분기(7조300억원)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7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봤다.
시장의 기대를 깨고 블랙웰 출하가 반 년 넘게 지연된다면 그만큼 SK의 차세대 HBM 공급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고객사들은 궁여지책으로 블랙웰 대신 호퍼 시리즈(H100·H200)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과 경쟁해야 한다. 호퍼에는 HBM3E 8단 이상이 탑재된다.
범용으로 분류되는 DDR4 등의 가격 하락이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M증권은 "HBM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DDR4, 낸드 가격 급락과 DDR5 가격 하락이 시작될 전망이며 SK하이닉스 실적도 이에 따른 악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올해 23조2680억원에서 내년 20조263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