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기흥 체육회장 부정채용 및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의뢰
입력 2024.11.10 15:40
수정 2024.11.10 15:53
지인 특혜 채용위해 채용기준 임의로 바꾸고 반대하는 담당자 교체
산하 종목회장에게 물품 대금 대납시키고 올림픽선수단 직위 맡겨
후원물품 사적으로 사용하고 직원들에게 수시로 폭언하기도
정부는 10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간부와 직원 등 8명을 부정 채용과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이날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체육회를 대상으로 한 점검 결과에서 체육회 관계자들의 비위가 드러났다"며 "이 회장 등 8명에 대해 업무방해(부정 채용)와 제삼자 뇌물 공여(물품 후원 요구), 횡령(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배임(예산 낭비) 등의 혐의로 오는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자기 자녀의 대학 친구인 A씨를 부당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채용된 자리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업무를 하는 자리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 스포츠 지도자 자격이 있어야 했다. A씨는 이런 경력과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이력서를 전달하고,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 등의 자격 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자격 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를 묵살했고,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 부서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그 결과 국가대표 경력과 지도자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채로 채용 공고가 났고, A씨가 채용됐다. 이 과정에서 선수촌 고위 간부 B씨는 면접위원으로 들어가 A씨에게 응시자 중 최고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단은 이 자리 채용 경쟁률이 32대1이었다고 밝혔다. 31명이 자신도 알지 못한 채로 A씨의 채용을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한 것이다.
아울러 점검단은 이 회장의 승인하에 한 체육회 산하 스포츠종목단체 C회장에게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매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관련 진술에 따르면 C회장은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C회장은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았으며 물품 구매 비용으로 약 8000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때는 마케팅 수익으로 들어온 물품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점검단은 이 회장이 체육회에 들어온 물품 중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해 6300만원어치가 회장실로 배당되자, 이 가운데 휴대전화 14대 1700만원어치를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지인들에게 나눠준 정황을 확인했다. 점검단은 이 회장이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체육회 다른 부서로 들어온 후원 물품 중 신발·선글라스 3500만원어치를 회장실로 일방적으로 가져왔고, 이 가운데 1600만원어치를 직접 사용하거나 방문객들에게 제공한 정황도 확인했다.
또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했으며, 이들에게 애초 계획에 없었던 관광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
참관단 담당자들은 입장권 405매(1억8700만원)를 선구매하고, 이후 필요 없게 된 입장권 75매(3215만원)의 환불 조처를 하지 않는 등 체육회의 예산 부적정 관리와 낭비 실태도 이번 점검을 통해 드러났다.
선수촌의 한 고위 간부는 후원사에 직접 연락해 4705만원 상당의 침구 세트 등을 후원받아 선수촌에 별도 보관하며 자의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점검단은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 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 규칙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자 11명(수사 의뢰 대상자와 7명 중복)을 법에 근거해 조처하도록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체육회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해왔으며,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할 목적으로 긴급성이 떨어지는 지방 일정을 진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장소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른 예산 낭비, 출장 결재 등 복무 처리 없이 근무지 외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허위 증빙자료 작성을 통한 업무추진비 선결제 등 체육회 운영에도 다수의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점검단은 전했다.
또 점검단은 "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비협조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면서 이 회장의 대면 조사 회피와 체육회의 업무용 PC 하드디스크 무단 제거, 병원 입원과 무단 연가, 자료 제출 거부 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