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임기반환점 ⑥] '강원 외손주' 기대감 컸는데…2030은 실망감 역력

데일리안 춘천·삼척(강원) =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4.11.10 07:00
수정 2024.11.10 09:01

강원도 중도층 2030 8명 대상

2년 6개월 임기반환점 평가 질문

"尹 뭐했나·염려스러워" 답 다수

"이재명이라도 달랐다 생각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2022년 2월 28일 당시 강원도 동해 천곡동 동해시청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2년 6개월 국정의 임기반환점을 돌았다.


20대 대선 운동 기간이었던 2022년 2월 28일을 소환해보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도 유세 일정 중 강릉을 찾아 '만세 삼창'을 했다. 외가가 강릉에 위치한 만큼 '강원의 외손'으로서 '강원도를 확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였다. 같은 날 강릉에 앞서 방문한 동해에서도 "내가 강원도의 외손주 아니냐. 여기에 오면 그냥 집에 온 것 같다"는 반가움을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강원도가 지금까지 뒤떨어지고 낙후됐지만 엄청난 자원을 활용해 대한민국 최고의 지역으로 발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역대 총선 결과들에 비춰봤을 때 보수 성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강원도를 '외갓집, 외손자'라 지칭하는 대통령까지 탄생하면서, 집권여당 프리미엄 등 임기 초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던 상태다. 이에 동반해 정부의 임기 절반인 2년 6개월 동안 윤 대통령이 보여줄 국정운영에 대한 예의주시도 계속됐다.


최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청년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역면접' 형태의 '민심 청취'에 나선 바 있다. 청년들의 시각에서 현재 정치권 인식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착안해, 이번에는 2030 세대의 시선으로 현 정부의 임기반환점과 현재 국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강원 지역의 '중도층'으로부터 들어봤다.


윤 대통령이 '강원의 외손주'를 전면에 내세워 강원 표심을 공략했던 만큼, 대상은 '강원도 거주자' 혹은 '강원도 출신으로 현재에도 강원도에 연고가 있는 2030 세대 국민'으로 한정했다.


인터뷰에 응한 8명 중 대부분의 이들은 '공정과 상식'이란 윤 대통령의 집권 가치가 무너진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내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의료 격차를 꼽으며 아쉬움도 표했다.


현 정부의 지난 2년 6개월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남은 2년 6개월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도 크지는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현 상황의 대안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호하는 기류는 보여지지 않았다. 20대 대선에선 단 0.73%p 격차로 승부가 갈렸던 것을 떠올리게 하듯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여야 대치 심화, 정쟁 격화에 따라 정치가 주는 '피로감'에 대한 표출도 이어졌다.


시민들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2030 8인에게 들어본 '강원도에서 바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반환점'에 대한 답변이다. 대부분은 30대, 지역은 강원 영서 지역에서 원주·춘천, 영동 지역에서 동해·삼척이다.


▲ 김모 씨(남·원주·30대)

= 정부가 하는 것들에 대해 처음엔 너무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 정부의 성과가 무엇이 있느냐. 그냥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개 식용 금지는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뽑아놓고 못한다고 욕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좋지 않은 의미에서 기대가 된다. 생각보다 무능한 수준이라 놀랍다. 부자가 아님에도 무지성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팔이 안으로 굽어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인) 국정농단을 해도 다 용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국민담화는 봤는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주체도 없고 별 준비도 안하고 나온 것 같다. 그냥 밖이 시끄럽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나오긴 했는데, 그렇다고 시원하게 (어떤 문제를) 인정하거나 사과할 뜻은 없는 거 같다. 국정감사와 같은 분위기를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명태균 씨 녹취록 건은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탄핵이 되겠느냐. 아무리 대통령이 그래도 탄핵이 너무 쉬우면 안 된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 차악을 고르는 느낌이다. 또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을 안 하는데, 그래도 다음 대선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흑백논리로 싸우는 것을 좀 그만 보고 싶을 뿐이다.


▲ 오모 씨(여·원주·30대)

= '공정과 정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측근들의 과오를 지나치게 감싸 안다보니 정권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혁신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 안타깝다. 외교 정책은 지난 정권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치가 아쉽다. 특히 부동산과 가계 부채 문제에는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올해 의료개혁과 관련해 조기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해 장기간 대치 상태만 지속되고 있는 것도 염려스럽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상황판단이 빠르고 생존력은 대단한 것 같지만 정치인으로선 지지하지 않는다.


▲ 김모 씨(남·춘천·30대)

= 불통의 정부, 매번 뉴스를 볼 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된 것 같아서 듣지 않고, 말도 없는 정부라고 생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까지의 기간이 짧아 제대로 인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으며, 기득권층인 검사 출신이라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당선 후에도 좋은 뉴스가 없었던 것에 처음 가진 이미지에 변화가 있지는 않다.


다만 의료개혁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건 좋아 보인다. 의료개혁의 지금 진행 상태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의사의 숫자를 늘리는 행동이 미래에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것을 쓸데없는 행동이었다고 본다. 최근 대통령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선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파병에 대응해서 무기를 지원한다고 했던 것과 어디서나 들리는 영부인 관련 뉴스들이 있다. 영부인이 어떤 잘못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매번 새로운 게 나와서 지금은 뭘로 이슈인지 알 수 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 대신 당선이 됐다 해도, 지금과 많이 차이가 있을 것 같진 않다.


▲ 이모 씨(여·춘천·30대)

= 임기 절반이 지났는데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온갖 의혹만 안개처럼 쌓인 상태로 보인다. 초반에 강릉 외손주라는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고 (강원도에) 친윤계 의원들도 많아서 기대감이 컸는데 지금은 힘이 많이 빠진 것 같은 기분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도민들의 실망감이 이어질 것 같다. 여전히 제대로 병원 가기도 힘들고 SOC(사회간접자본) 말고는 뭐가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주변 지인들은 크게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부류와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여당과 정부에 비판적인 경우로 나뉘는 것 같다. 어르신들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디까지 떨어지느냐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 김모 씨(여·춘천·30대)

= 대통령은 독단적이고 소통이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애초 서민과 중산층 중심시대 이야기도 했는데, 식품을 비롯해 생필품 물가 잡는 것도 실패했고 서민에게 와닿는 정책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농민은 쌀값이 폭락해 논을 갈아엎기까지 하지 않았느냐.


의료 체계 붕괴도 못한 점 중 하나다. 또 의료 문제와 관련해선 가족 중 고령자와 만성 호흡기 환자가 있는데 병원을 가지 못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가기도 했다.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 기금 돌려막기도 지방재원 삭감 우려를 낳으며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를 만든다는 국정목표에서도 벗어나는 모습도 보인다.


대통령 공천개입 녹취록을 비롯한 명태균 이슈, 배우자 사법 리스크 등도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기대했던 바 있었으나 공정성과 법치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2년은 야당 측에서 4년 중임제 개헌 추진에 강한 시동을 걸지 않을까 싶다. 야당과의 협치가 없는 한 4대 개혁 등 핵심 국정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민주당에선 지난 총선부터 두드러진 '이재명 사당화' 모습이 상당히 우려된다. 일단 소극적인 의정갈등 대응, 민생과 정책이 실종된 국회를 보며 실망했다.


▲ 박모 씨(남·동해·30대)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불의에 눈감지 않았던 윤석열 수사팀장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원했지만, 지금은 '눈 먼 대통령'이 된 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임기 반 년 동안 무엇을 해냈는지, 외치도 내치도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국정 발목만 붙잡는 거 같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발전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지 않을까. 정치가 실종됐고, 협치가 파괴된 지금의 국회는 없어지는 게 낫다고 본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 박모 씨(남·동해·20대)

= 대통령께서 활동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계속되는 실망감, 나라 상황이 안 좋아지는 상태에서도 별 행동이 없는 것 같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등의 논란이 있으나 그냥 넘어가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 등 최악의 상황만 만들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론 느끼기엔 가장 무책임하고 최악인 대통령이라고 평가한다. 학업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 김모 씨(여·삼척·30대)

=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소식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 경제가 심하게 염려스럽다. 또한 행정 최고지휘자로서 가져야 할 지위도 대통령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으로 인해 뉴스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다 보니 피로감도 몹시 심하다.


이 상태로 유지된다면 앞으로의 2년은 나라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부분에서 더 퇴보할 것이라고 생각돼 현재 변화가 꼭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그게 탄핵이든 뭐든 말이다.


정말 탄핵이 된다 하면 다음엔 국민의힘 쪽은 안 뽑지 않을까. 그렇다면 민주당 쪽인데, 문제는 이재명 대표도 최선이 아니고 차악이란 것이다. 민주당이라고 해도 반드시 지금 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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