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일회용품 정책”…프랜차이즈업계, 자구책 마련 총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11.01 07:13
수정 2024.11.01 07:13

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실상 철회

기업 만의 노력으론 한계…소비자 의식 개선 필요

서울 시내 한 공원에 버려진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뉴시스

정부가 내년 말까지 전국에 의무화하기로 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결정하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커피 수요 증가와 함께 테이크아웃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일회용컵 사용량에 대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환경부는 현행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겨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지자체가 여건에 맞게 대상·기준·방식 등을 정해 관련 업체들과 협약을 통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보증금 액수도 지자체가 정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보증금 300원을 현금이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데, 향후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의 앱을 통해 포인트로도 반환 받을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당초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2022년 6월 전국에서 시행하겠다고 행정예고까지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소상공인 부담 등을 이유로 시행이 6개월 유예됐다.


이후 제주·세종에서만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이외 지역은 2025년 말까지 시행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번에 정부가 자율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전국 의무화는 사실상 폐기됐다. 국민 수용성이 낮다는 이유에서 실행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뉴시스스

문제는 정부가 오락가락 정책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일회용컵 사용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을 위해 환경부와 협약한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지난해 쓰인 일회용 컵은 9억3989만2000여개였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어렵다면 차선은 재활용을 늘리는 것이다. 재활용, 특히 ‘고품질 재활용’을 위해선 ‘같은 재질의 컵’끼리 모아져야 하기에 각 브랜드에서 고객에게 내준 컵을 자체 수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매장에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음료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갈 때만 일회용 컵을 쓰도록 장려하고 있다.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컵 사용량이 여전히 많고 관련 정책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규제 역시 완화된 상태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자체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테이크아웃 컵 대신 개인 컵 이용을 선택한 고객에게 400원 즉시 할인 혹은 별 1개를 적립할 수 있도록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매월 10일을 '일회용 컵 없는 날'로 지정해 개인 컵 이용 시 별 2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매장에서 사용되는 투명컵을 재활용이 용이한 무인쇄 제품으로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고자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음용형 리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많은 매장의 수를 보유하고 있는 메가커피는 2022년 11월부터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자제에 대한 공문을 따로 보내 탄소중립포인트제를 시행하고 있다. 텀블러 사용시 건당 300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일단 다른 곳들이 어떻게 하는 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단위로 시행할 경우 브랜드별 일회용컵 교차반납 되지 않아 회수가 힘든 데다, 가맹점의 경우 설거지 등 매장 운영에 따른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아무리 깨끗이 씻는다고 해도 다회용컵 사용은 찝찝하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은 데다, 인건비 부담에 사람을 줄이고 무인화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일손이 딸린다는 지적이다. 설거지 업무 때문에 직원 한 명을 둬야 해 인건비에 더욱 큰 돈이 나간다는 것이다.


커피전문점 업계 관계자는 “컵 보관 장소의 문제는 물론, 컵 반환 업무와 설거지 등 업무 가중의 문제 등이 심각했다”며 “휘핑크림이나 과일소스, 연유 등이 첨가된 음료를 마신 컵은 닦이지도 않아 문제가 커 좋은 정책임에도 큰 힘을 받지 못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실효적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차원에서 텀블러 사용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불편함에 비해 얻는 점이 크지 않아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회용품 규제에 대해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 아니라, 시민 의식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분위기 형성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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