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무주택자 위한 ‘실버스테이’…사업 활성화는 ‘한계’
입력 2024.10.30 06:46
수정 2024.10.30 08:12
고령인구 1000만명 목전, 시니어레지던스는 태부족
주거 서비스 강화, 20년 살 수 있는 장기민간임대 연내 추진
중산층 겨냥했다지만…부담스런 임대료 ‘발목’
정부가 무주택 고령층을 위한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실버스테이’ 사업을 연내 추진한다.
실버스테이는 각종 의료시설과 식사, 생활지원 등 주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심화하는 만큼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레지던스 공급은 긍정적이지만,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단 지적이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28일 발표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에 포함된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시범사업으로 고령층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임대주택 ‘실버스테이’ 연내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는 시니어레지던스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흔히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과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주택 형태의 ‘고령자복지주택’ 등 두 가지로 분류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공급된 실버타운은 9606가구, 고령자복지주택은 3956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집계를 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93만8000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한다.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1051만명을 돌파해 2050년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시니어레지던스 공급 규모를 감안하면 전체 고령 인구의 0.13% 정도 수용하는데 그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으로 문호를 개방해 고령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시니어레지던스 가구 비율을 늘리겠단 계획이다.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을 위한 응급안전, 식사, 생활지원 등 주거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한다. 또 최장 20년 이상 장기 거주도 가능하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며 잔여가구는 유주택 고령자의 입주도 허용된다.
고가의 실버타운과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복지주택의 중간 개념이다. 문제는 임대료다.
60세 이상 무주택자에 우선공급…잔여세대는 유주택자도 가능
초기 임대료, 시세의 95% 이하, 임대료 5% 증액 가능
식사 및 생활지원 서비스 이용료는 별도 책정
정부는 실버스테이 임대료를 기존 시니어레지던스 시세의 95% 이하로 초기 임대료를 산정하고 임대료 5% 증액제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장기 사업인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초기 임대료부터 기존 공공에서 공급해온 시니어레지던스 대비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 민간임대는 100가구 이상일 때 주거비물가지수 변동률 이하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데, 실버스테이는 5%까지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만큼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가 책정돼야 하지만,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대료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식사 및 생활지원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는 별도 청구된다.
전문가들은 실버스테이가 공급되더라도 활성화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기존 시니어레지던스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결국은 구매력 있는 실버세대가 어느 정도 되냐의 문제”라며 “공공성을 강화하면 저렴하게 공급하고 운영이 돼야 하는데 그러자니 수익이 나지 않아 민간에서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민간에서 시니어레지던스가 많이 공급되지 못한 이유는 실버세대의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이유가 크다”며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챙겨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버스테이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설계부터 달라야 한다. 식사부터 의료 서비스까지 특화된 주거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입장에선 예산은 늘 한계가 있다 보니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제도적으로 민간으로 길을 열어주겠단 건데, 소비자 입장에선 돈이 안 들 수 없는 주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다 보니 실버스테이처럼 사업 모델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제도를 고치고 보완해 나갈 것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