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여야 대표회담, 이재명 1심 선고일 '15일' 이후엔 어려운 이유는…
입력 2024.10.26 08:00
수정 2024.10.26 08:00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 앞두고
'소통' 이미지·긍정 여론 조성 염두
'피선거권 박탈형' 나온 후 만나면
'억울함 정당화' 자리가 될 우려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키로 하고 양당이 물밑 조율에 나섰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르면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다음주, 늦어도 11월 초에는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5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현재 받고 있는 재판 중 가장 빠른 1심 선고(공직선거법 위반)가 15일에 나오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양당 대표가 이른 시일에 만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차 여야 대표회담과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 등은 공지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대부분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종료된 만큼, 양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늦어도 차주 초에는 여야 대표회담 관련한 실무 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앞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 '10·21 면담'의 정치적 여파가 희석되기 전, 2차 여야 대표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또한 관건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이 대표가 제안을 했고 한 대표가 수락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후 진척 사항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국정감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진척상황이 없고, 실무적으로 협의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일 열린 1차 여야 대표회담은 이 대표의 연임을 계기로 성사됐다. 2차는 '윤·한 면담'이 있던 날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오늘 면담을 잘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 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며 물꼬를 튼 바 있다.
이에 한 대표도 2차 여야 대표회담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당 대표는 지난 1차 회담에서도 '추후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지만 다음 일정은 정하지 않았었다.
일단 회담 시기가 미뤄져 만약 이 대표가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는 상황이 맞물려버린다면 이는 한 대표에게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양당 대표가 만나 국민의 삶이나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는 좋지 않은 모양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달 15일 있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서 유죄의 선고가 내려진다면, 회담의 초점이 자칫 이 대표의 무죄 호소와 정적 제거에 대한 반발 등에 맞춰질 수 있다. 설사 회담에서 어떤 긍정적인 결론이 도출되더라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양당 대표가 만든 정치적 성과가 가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대표의 경우엔 이번 회담을 통해 야당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윤 대통령과 반대되는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이 1심 판결에 앞선 여론전을 위한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쪽에선 '긍정적인 여론 조성 효과'와 동시에 '사법리스크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에 대한 정당화' 두가지를 모두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선고가 나온 다음에는 구조적으로 대표 회담을 할 수 없다"고 봤다. 신율 교수는 "이재명 대표는 이번 회담을 통해 소위 말해 '나는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하고 다르게 대화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니, 호의적인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신 교수는 양당 대표가 2차 회담에 공감대를 형성한 시기와 윤·한 면담 시기가 맞물린 것에 대해선 "(한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을 받아들임으로써 정국주도권을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양당 대표가 15일 이전에 만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박상병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판결이 나기 전에 한 대표를 만나서 자신의 영향력이라든지 또는 힘을 좀 더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로선 지금 이재명 대표의 유무죄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이고, 또 조만간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국회 표결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이 대표의 1심 판결 뒤로 미루는 것은 너무 멀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2차 대표회담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 대표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앞두는 등 광폭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회담에 앞서 한 대표와 비교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9월 초부터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공을 들여왔다. 협의체가 정상적으로 출범해 의료대란 장기화의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될 경우, 한 대표에게 정치적 성과가 오롯이 쏠릴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대표는 26일 박단 위원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이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성되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설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료대란과 관련한 정국 주도권 다툼은 지난 1차 여야 대표회담 때도 표출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공식 의제가 아니었던 의료대란을 '모두발언' 형태로 부각하면서, 결국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회담 주도권 선점을 둘러싼 사실상의 신경전으로도 읽혔다.
이번 회담이 실제 성사될 경우엔 정국의 최대 쟁점인 '김건희 특검법'도 주요 의제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특검에 대한 관철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특검을 받으라는 민주당과, 이런 압박과 회유에 맞서 한 대표가 어떻게 정치력을 보이며 대응할지 양당 대표의 '기싸움'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세 번째 발의한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판결 선고 바로 전날인 다음달 14일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