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2박3일 서스펜디드’ 최대 피해자는 팬이었다 [기자수첩]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4.10.26 07:01
수정 2024.10.26 09:22

가을야구 사상 최초로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된 한국시리즈 1차전

반차 및 휴가 쓰고 광주로 향한 일부 팬들, 허탈한 발걸음

경기 강행한 KBO 향한 비판의 목소리, 팬 향한 배려 아쉬움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와 2차전이 우천 취소된 22일 오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우천 취소 소식을 접하고 있다. ⓒ 뉴시스

가을야구 사상 최초로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된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장대비로 인해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하루 미뤄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경기 전 내린 비로 인해 무려 66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경기 시작 전부터 방수포를 네 차례나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경기는 진행됐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KIA와 삼성의 희비도 엇갈렸다. 누가 더 유리할 것이냐에 대한 전망이 쏟아졌고, 당장은 삼성이 피해를 봤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내린 비와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경기가 또 한 차례 순연되자 이번에는 KIA가 피해를 봤고, 삼성이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2박3일 서스펜디드’ 최대 피해자는 KIA도 삼성도 아닌 현장을 찾은 팬들이다.


3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서 격돌한 전통의 명문 구단 간에 맞대결은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평일인 월요일에 1차전이 시작됐음에도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광주로 출발하는 열차와 고속버스의 예매율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지켜보기 위해 연차나 반차를 쓰고 광주로 떠난 직장인들의 지분이 적지 않았다.


21일 광주 KIA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우천으로 중단,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1차전이 연기되면서 팬들이 느끼는 허탈감도 상당했다. 현실적으로 K-직장인들이 평일 오후 4시에 열리는 경기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다.


불가피하게 휴가를 하루 연장할 순 있었겠지만 추가로 교통과 숙박비를 부담해야 한다. 경기 연기를 결정한 것은 KBO지만 KBO도 구단도 팬들의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지는 않는다.


휴가를 하루 연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경기가 불가피하게 이틀이나 연기됐으니 팬들의 고충과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23일 오후 4시 재개된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은 관중석 곳곳엔 빈자리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허탈한 발걸음을 돌린 팬들이 많았는데 유불리를 따지기 바빴던 양 팀 사령탑들과 경기를 강행한 KBO의 대응은 유독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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