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겠다' 여야 질타에…MBK "고려아연, 中에 안 판다" 재차 강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4.10.17 19:23 수정 2024.10.17 20:05

김광일 부회장 국감서 증인으로 출석…“中 포함 해외에 매각 안 해”

여야 “과거 사례 보면 인수 뒤 구조조정·분할 매각 단행…신뢰 못해”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해 여야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이 고려아연 인수 뒤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으나 여야는 MBK의 과거 행적을 비춰봤을 때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김 부회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 여부에 대한 질의에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 외 다른 나라에 팔 의향이 있냐고 묻자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여러 차례 해외에 매각 계획이 없으며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를 했었지만,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하고 결국 83만원까지 올렸다”며 “당시엔 진심일지 모르겠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렇게 상황이 바뀌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여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구조조정 관련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 의원은 “기업 인수 당시에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사례들을 보면 있다”며 MBK가 한국 ING생명, 홈플러스, BHC 등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 분할 매각 등을 단행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본질(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하다 보면 투자 축소나 핵심 인력 유출도 고민이 된다”며 “홈플러스 같은 경우 통매각이 불발되니 익스프레스에 대한 분할 매각을 시도하고 있고 이로 인해 노조와 9년째 분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사례들을 볼 때 중국에 대한 매각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절대 그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역시 “싸게 사서 강제구조조정하고 자산 팔고 배당 최대한 빼가고 매각하는 사모펀드의 잘못된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MBK에 대한 부울경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고려아연이 있는 울산지역에서는 시민 중심으로 고려아연 1주씩 갖기 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말이 번복된다는 의원님들의 우려를 만든 저희들의 불찰”이라며 “국가기관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중국에 매각이나 기술의 해외유출,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 같은 일은 하지 않도록 주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계 펀드라는 의혹에 김 부회장은 “중국 자본은 5% 남짓”이라며 “나머지는 국내외 자본으로 구성돼 있으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가 국내, 나머지 70~80% 정도가 북미 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이번 고려아연 사태를 단순한 기업 경영권 분쟁이 아닌 산업 기반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외 투기 자본에 의해 핵심 기술이 유출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더 나아가 국가 경제까지 직접 타격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의 국적을 차별하는 방식의 자본시장 규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적 규제가 맞는지, 국가전략산업이나 기간 산업 등에 대한 산업전략적 접근이 맞는지 고민을 해보겠다”며 “미국에서도 사실 자본시장에서 국적이라든가 형태를 차별하기보다는 특정 산업의 중요성을 기준으로 해외에 접근을 차단하는 형태를 주로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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