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불법 유통되는 한강 작품…사실상 처벌 방법 없다" [디케의 눈물 307]
입력 2024.10.18 05:06
수정 2024.10.18 05:06
'채식주의자' 등 국내 출판물 1만6920개 해외 사이트서 불법 유통…해외 서버 제재 쉽지 않아
법조계 "5년 이하 징역 처할 수 있지만…해외 서버는 국내 수사기관 공권력 못 미쳐 수사 난항"
"해외 불법 사이트 적발하더라도 국가별 법제 및 환경 달라…실효적 제재는 어려운 현실"
"해외서 저작권 등록·인증 받아 보호 범위 넓혀야…강력한 민·형사적 제재 내릴 수 있어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일부 작품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사이트 운영자의 경우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경우 국내 수사기관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아 현실적으론 처벌이 어렵다며 해외 저작권을 등록·인증 받아 보호 범위를 넓히고, 강력한 민·형사적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서버를 둔 A 사이트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국내 출판물 1만6920개가 불법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언어와 출판사별 등 중복되는 책을 제외하면 불법 유통되는 국내 출판물은 7500여 종으로 추산됐다.
A 사이트에서는 회원 가입 절차만 거치면 일반 도서와 대학 교재 등 30여개 언어의 전자책을 무료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해당 사이트는 2022년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폐쇄됐다가 지난해 운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저작물의 불법 유통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조치를 하는데, 대체 사이트가 생겨나며 구글 등에서 검색돼 접속 차단을 회피하는 실정이다. 저작권보호원은 방심위가 접속을 차단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구글 등에 검색 제한 조치를 요청하지만, A 사이트는 방심위 기준에 못 미쳐 접속 차단 사이트에 포함되지 않으며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저작권물을 불법 유통한 사이트 운영자의 경우 저작재산권을 복제,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등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출판물 불법 유통·다운로드 하는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단, '토렌트'를 이용해 다운받는 경우 다운받는 동시에 배포까지 되기 때문에 이용자들도 동일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안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해외 서버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특정해야 그 사람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 처벌할 수 있는데, 해외 서버의 경우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공권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해외 수사기관이나 해외 기관에 수사협조 요청을 하여야 하고 해당 기관에서 개인정보 등의 문제로 정보 제공을 거절하는 경우 수사 시작 자체를 할 수 없어 수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경우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나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실시간으로 감시해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설령 적발하더라도 국가별 저작권 법제와 환경이 서로 달라 실효적인 제재를 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저작권 침해의 경우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어지는 구제의 방법은 오로지 보호가 주장되는 국가의 법률에 따른다'는 베른협약에 따라 저작권의 보호가 요구된 국가의 저작권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판물 및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국가에서 해외 저작권을 등록·인증받아 그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 아울러 저작권이 침해되는 출판물 등이 유통되지 않도록 이를 막는 기술적인 제재 조치도 필요하다"며 "또한 저작권 침해 범죄를 일으킨 경우 강력한 민·형사적, 행정적 제재를 내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저작권이 보호되는 권리로서 이를 침해하지 않고 존중하는 사회적 문화 의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