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켠 '2차 정권심판론'…野, 금정 참패 '이재명 책임론' 향방은 [10·16 재보선]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4.10.17 02:02
수정 2024.10.17 06:53

민주당, 전남 영광·곡성 '안방' 사수 총력전

사실상 부산 홀대…야권단일화도 유명무실

혁신당 "우리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 배웠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4일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 인근에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이 공언하던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2차 정권심판론'이 공중분해 됐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곤 해도 국회 의석수 3분의 2에 달하는 원내 1당(더불어민주당 170석)과 3당(조국혁신당 12석)의 협력이 유권자의 심판대 앞에서 힘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보선 과정에서 혁신당과 무수한 파열음을 내다 민주당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했음에도, 민주당이 호남 안방만 사수한 채 부산에서 참패한 원인을 놓고 이재명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관측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경지 후보는 이날 실시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38.96%의 득표율을 얻어 61.03%를 얻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에 22.07%p 차이로 참패했다.


앞서 혁신당은 지난 6일 금정구청장 재선거 승리가 윤석열정권 심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받아들였다. 특히 선거 막판 여권에 불거진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당내 갈등 양상이 표출되며 야권에 호재가 드리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병환으로 사망한 전임 김재윤 구청장을 두고 페이스북에 '혈세낭비' 망언을 했고, 혁신당과의 단일화 이후에도 조 대표가 이 대표 부탁을 받고 부산에 왔는데도 정작 홀로 금정구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양당의 '단일화'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는 금정구 보궐선거 전날(15일) 혁신당 관계자가 "윤석열 정권에 가장 아픈 타격을 줄 수 있는 곳이 부산인데, 이 대표가 정권심판을 위해 금정구에 쏟아야 할 화력을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 투입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민주당은 '안방'인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는 혁신당에 압승했다. 재선거 결과 민주당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가 55.26%를 얻어 득표율 35.85%의 혁신당 박웅두 후보를 약 20%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오후 전남 영광군 터미널 사거리에서 이재명(사진 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세일(오른쪽) 영광군수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민주당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는 41.08%를 얻어 26.56%를 기록한 혁신당 장현 후보를 약 15%p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호남 쟁탈전에 사활을 걸고 '한 달 살이'까지 나섰던 혁신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재선거 결과 발표 직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장세일 영광군수 당선인, 조상래 곡성군수 당선인께 축하 말씀을 드린다"며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어려운 지역에서 발이 붓도록 뛰어주신 김경지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와 한연희 인천 강화군수 후보께도 수고 많으셨다는 감사와 위로의 말씀 전한다"고 밝혔다. 부산에서의 단일화를 결단하고 지원 유세를 와줬던 혁신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혁신당은 금정구 재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하더라도 민주당에 책임 소재를 전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혔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고, (패배하더라도)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태도'를 언급한 혁신당 핵심 인사의 발언도 주목된다. 서왕진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혁신당이 창당 때부터 일관되게 주창한 협력·경쟁 원칙을 현실에서 적용해 볼 수 있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양당 당원 및 의원들 간의 갈등양상과 민주당이 혁신당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전략도 덤으로 배울 수 있었다"고 적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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