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뱅크런 우려에 “업비트 의존도 축소…문제 없어”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4.10.15 13:23 수정 2024.10.15 16:21

업비트 예금 비중 53→17%로 대폭 감소

높은 구주매출·유통물량 지적엔 ‘일축’

21~22일 일반 공모…30일 코스피 입성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서진주 기자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출범 7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도전장을 내민 케이뱅크가 제휴 업체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의존도가 높아 ‘뱅크런’(대량 자금 인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업비트 예치금이 빠져도 불시로 유동화가 가능한 자금이 매칭돼 있기 때문에 뱅크런 가능성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부터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 왔다. 케이뱅크의 총 등록 사용자 중 업비트 사용자는 올해 6월 말 기준 45%로 지난 2021년 12월 말(59%)에 비해 14%포인트나 하락했다.


전체 예금에서 업비트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3%에서 17%로 감소했다. 업비트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17% 상당을 차지해 코인투자가 근절될 시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 은행장은 이와 관련해 “업비트 예치금 비중이 크게 작아졌기에 리스크가 없고 업비트가 예치한 자금은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뱅크런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업비트 예치금은 케이뱅크의 대출 재원으로 일절 쓰이고 있지 않다”며 “머니마켓펀드(MMF)와 국공채 등과 같은 높은 유동성의 안정적인 운용처로만 매칭해 운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케이뱅크가 운용 중인 업비트의 예치금이 가상자산의 가격 등락 폭과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은행장은 “외국 은행의 경우, 가상자산 자체를 본인 계정에 갖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한 개도 갖고 있지 않다”며 “가상자산의 가격 등락폭이 은행 자산의 가치평가와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케이뱅크가 업비트 예치금의 이자율을 지급하게 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준형 케이뱅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업비트 예치금이 현재 3조2000억원 수준인데 이자율을 2%로 잡으면 연간 600억원 수준”이라며 “올해는 지난 8월부터 적용돼 이자로 나가는 돈이 200억~3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소상공인 담보대출을 출시한 만큼 내년에 기대하는 여신성장이 최소 4조~5조원”이라며 “업비트 효과는 이미 상쇄했고 추가적인 상쇄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10월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 만료될 경우, 향후 경쟁력을 어떤 방식으로 구축할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의 비즈니스 영역이 성장하면서 지난 2021년 12월 78.5%였던 업비트발 신규 고객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지난 6월 말 기준 13.7%에 불과하다.


최 은행장은 “현재 업비트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적인 제휴를 맺는 등 사업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좋은 파트너십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업비트와의 성공적인 제휴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선도 기업들과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적극적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왼쪽 두번째)이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마케팅본부장), 최우형 은행장, 이준형 최고전략책임자(CSO·경영기획본부장), 차대산 최고정보책임자(CIO·IT본부장). ⓒ데일리안 서진주 기자

케이뱅크는 국내 비교 기업으로 먼저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고점(9만4400원) 대비 76.3%가량 떨어진 점을 언급하면서 이와는 다른 차별화를 자신했다.


최 은행장은 “케이뱅크는 성장성·수익성 측면에서 좋은 업사이드 포텐셜(주가 상승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거버넌스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높은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지분 매각) 비중도 우려 사항이다. 케이뱅크는 공모 물량의 절반(50%)을 구주매출로 채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상장 첫날 유통 가능한 물량이 37.3%에 달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및 주가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이준형 CSO는 이에 대해 “구주 매출이 적정 수준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남은 물량이 오버행된다는 점에서 현 비중이 적정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카카오페이·크래프톤의 상장 사례를 고려하면 당시 유통 물량은 40% 수준”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당사의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총 8200만주를 공모하며 공모 희망가는 9500~1만2000원이다. 희망 공모가 기준 총 예상 공모금액은 7790억~9840억원 수준이다.


오는 1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 뒤 이달 21일과 22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거쳐 30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KB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BofA)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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