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수심위, 김여사와 반대 결론…'8대 7'로 기소 권고
입력 2024.09.25 07:31
수정 2024.09.25 08:10
검찰 수심위, 24일 대검찰청서 현안위원회…8시간 넘는 심의 끝 최재영 '기소 권고'
최재영 법률대리인 제시 추가 증거 영상 토대로 선물에 직무 관련성 있다고 판단한 듯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판단 달라…사건 '무혐의 종결' 하려던 검찰, 고심 깊어져
서울중앙지검 "수심위 결정 참고하고, 수사 결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 따라 사건 처리 예정"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등을 준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15명의 위원 중 기소 의견이 8명, 불기소 처분 의견이 7명으로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백 등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며 불기소를 권고한 김 여사 수심위와 정반대 의견이 나온 만큼, 검찰은 최종 처분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심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에서 현안위원회를 열어 8시간 넘게 수사팀과 최 목사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뒤 최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기소 권고'로 의결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2022년 6∼9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양주 등을 건넸다. 그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사안을 청탁할 목적으로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심위는 이날 최 목사 법률대리인이 제시한 추가 증거 영상 등을 토대로 김 여사에게 준 선물에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품 전달과 청탁 시점 등을 따져볼 때 단순한 취임 축하 선물이나 접견을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수사팀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심위는 최 목사에게 명예훼손, 주거 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나머지 3개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명예훼손 혐의는 14명이 불기소 처분 의견을 냈고, 나머지 2개 혐의는 만장 일치로 불기소 처분 권고가 의결됐다.
명품백 수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는 모습을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 여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올해 5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졌다. 4개월 동안 이뤄진 수사 끝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선물과 윤 대통령 직무 사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선물 제공자인 최 목사 역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최종 결론 전 이 전 총장은 김 여사를 정부 보안 청사에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시비 차단 차원에서 직권으로 사건을 수심위에 회부했지만, 이달 6일 김 여사에 대한 수심위는 위원 만장일치로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이후 당시 수심위에서 의견 진술 기회를 얻지 못한 최 목사가 별도로 수심위 소집을 신청하며 이날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가 다시 열리게 됐다.
명품백을 주고받은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해 수심위가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려던 검찰로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수심위 심의 의결은 수사팀에 권고적 효력만 갖지만, 사건이 갖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수사팀이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수심위 권고에 따라 직무 관련성에 대한 다른 판단을 내놓더라도 청탁금지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배우자의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김 여사의 무혐의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두 차례의 수심위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