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행 좌절되면 미국서 실형 마쳐야 한국 송환 가능" [법조계에 물어보니 511]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4.09.24 05:11
수정 2024.09.24 05:11

몬테네그로 대법원 "권도형 송환 여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결정해야" 판단

법조계 "권도형 미국 송환 결정되면…미국서 형기 마쳐야 한국 송환 가능해져"

"미국 가면 플리바게닝 제도 활용할 듯…한국 오면 끝까지 법적 다툼 가능성"

"테라·루나 피해자 많고 피해액도 큰 탓에…선처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지난해 3월24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 AP/뉴시스

가상 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 여부를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결정하라는 몬테네그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몬테네그로 법무장관 자리가 공석이기에 권씨 송환 여부 결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법무부에서 권씨 송환을 요청하는 의견서라도 제출해 몬테네그로 법무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권 씨의 한국행이 좌절되고 미국 송환이 결정되면 미국에서 실형 살이를 마친 후에야 한국 송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처벌을 받더라도 한국에서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권씨의 송환 여부에 대한 적법성 요청 사건을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에게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권씨를 한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하급 법원의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한국과 미국 모두 범죄인 인도를 위한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며 "송환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건 기록을 법무장관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한미 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충족시켰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간 권씨의 송환 여부 결정을 맡고 있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장관은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와 갈등을 겪으며 지난 7월 경질됐다. 우리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의 결정 여부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몬테네그로 법무장관 자리가 공석이기에 권씨 송환 여부 결정하는 것도 미뤄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 장관 자리가 공석이면 차관 등이 장관 대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몬테네그로의 정치 풍토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안 자체가 중요한 안건이다 보니 쉽사리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EPA/연합뉴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몬테네그로 대법원에서 '법무장관이 권씨 송환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고등법원에서 대법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하급심이 상급심의 판단에 반하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후 권씨가 미국으로 갈 경우엔 플리바게닝 제도를 활용해 혐의 중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형량을 깎을 부분은 깎을 것이다. 다만, 한국으로 오게 되면 법리적으로 끝까지 다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권씨를 어느 나라로 송환할지에 대한 결정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하기에 그를 설득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맞다. 다만 현재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공석이므로 의견서 형태의 문서를 법무부에 보내야 할 것"이라며 "권씨를 한국으로 보내게 되면 미국에서 내릴 형량보다 더 적을 것이다. 그렇기에 권씨 입장에선 미국보다는 한국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권씨의 한국행이 좌절되고, 미국행이 결정될 경우 미국에서 실형 살이를 마친 후에야 한국으로의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한국에서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에 다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사건 관련한 피해자도 많고, 피해 액수도 크기 때문에 권씨가 선처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형을 올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높은 형량을 구형하거나 선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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