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큼이나 바쁠 두 사람'...두산 박정원·박지원, 체코 원전 수주에 사활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09.19 13:46
수정 2024.09.19 15:52

경제사절단으로 尹 2박4일 순방 동행

두산, 최종 계약 성사시 최대 수혜 예상

지난 6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별도로 진행한 면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산그룹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 동행한다. 윤 대통령이 최종 계약을 위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두 형제가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업계는 체코 정부와의 최종 계약 성사를 두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사로 평가하면서 체코 순방의 결과물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을 따낼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국내 기업으로 두산이 지목된다. 건설 사업에 들어가는 1·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와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한다는 점에서다.


협상 과정에서 계약금액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최종 계약 성사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체 사업비 24조원 중 8조원 가량의 몫을 챙기게 된다. 주기기 제작에 5조7000억원, 주 설비 공사는 2조8000억원 규모다. 전체 사업의 컨트롤 타워는 한수원이지만 두산그룹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업계 안팎에선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이번 경제사절단 활동이 향후 체코 정부와 최종 계약을 맺는 데 있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위원)는 "대통령의 체코 방문으로 최종계약에 보다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순방은 두산 입장에서도 큰 기회인 만큼 마중물 역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은 체코 원전 수주로 최대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라면서 "기업 구조 개편 과정 중 잇단 반발 속에서도 원전 사업을 위한 개편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두산이 원전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단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안을 공개한 이후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의 강한 반발로 개편안의 핵심이었던 로보틱스와 밥캣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분할하는 개편안은 포기하지 않았다. 원전사업에 대한 투자여력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밥캣 분할로 차입금 7000억원이 감소해 재무 지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추후 비영업용자산인 두산큐벡스·D20캐피탈 지분 등 비영업용자산 처분으로 5000억원 현금을 확보하면 신규 투자 여력 총 1조원이 생긴다. 세계 원전 시장이 호황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대형 원전, 소형 원전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 가능해진다.


현재 유럽 주요국들이 '탈원전'에서 '원전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최종 계약 성사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원전 사업이 전세계적으로 활기를 띄는 중에 체코에서의 최종 계약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쟁력을 보증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두산의 주요 경영진들은 이번 순방에서 정부만큼 바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은 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순방이 끝난 뒤에 나오는 소식들로 두산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입찰 경쟁에서 밀려난 웨스팅하우스(미국)와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건 최종계약의 장애물로 평가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자신들이 특허권을 가진 기술을 활용했다며 자사의 허락 없이는 원전 수출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웨스팅하우스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원전 유지·보수 계약 등 자신들의 몫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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