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넌 할 수 있어’ [Z를 위한 X의 가요㉓]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9.16 11:20
수정 2024.09.16 11:20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4년 9월 2주 : 강산에 ‘넌 할 수 있어’


◆가수 강산에는,


1986년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1993년 솔로 1집 음반을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당초 경희대 한의예과에 진학했으나 중퇴하고, 한국에서 만난 일본인 아내와 유학 중 롤링 스톤즈, U2 등의 세계적 가수의 공연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산에는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진솔하면서 걸쭉하게 늘어놓는 가사 전달력이 돋보이는 아티스트다. 자신의 노래 대다수를 직접 작사, 작곡해왔는데 가볍게 들리는 곡들에도 자세히 들어보면 철학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어 ‘강산에식 록’이라는 수식어도 있다. 성량 또한 어마어마해서 콘서트장 전체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대중에게 유명한 곡으로는 ‘...라구요’ ‘넌 할 수 있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삐따기’ ‘명태’ ‘태극기’ 등이 있다. 그런데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이후로는 음반 활동이 뜸해졌다. 특히 2010년부터는 미니 앨범 ‘키스’와 싱글 ‘가만있어봐라’를 내놓은 게 전부다. 현재는 제주에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으며 지난해 데뷔 31주년을 맞아 단독 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KBS

◆‘넌 할 수 있어’는,


1994년 2집 ‘나는 사춘기’의 타이틀곡으로, 강산에가 필명을 ‘나비’로 지어준 일본 출신의 아내 다카하시 미에코가 작사했다. 강산에는 한 방송에서 “차음엔 작사가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었지만 사실은 일본인 아내가 쓴 작품”이라며 “당시엔 외국인에 대한 저작권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 이름으로 등록했는데, 저작권법이 생긴 후 아내의 필명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일로든 좌절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노래로 알려진 이 노래를 두고 KBS FM의 조휴정 PD는 “때론 노래 한 곡이, 뛰어난 뮤지션 한 명이 그 어떤 현자(賢者)보다 깊은 가르침을 줄 때가 있다”면서 “무슨 약품처럼, 부적처럼 늘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산에는 이 곡으로 ‘한국노랫말대상’ 좋은노랫말 부문에서 수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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