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자사주 매입 카드에도 주가 ‘지지부진’
입력 2024.09.14 07:00
수정 2024.09.14 07:00
한달 새 시총 50위 중 18곳에서 공시
삼전·네이버·카카오 등 주가 부양 노력
전문가 “증시 자체 회복 탄력성 떨어진 탓”
지난달 초 ‘블랙 먼데이’ 직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임원들이 연이어 자기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다만 증시 전방의 상승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큰 효과를 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된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23~27일 중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면서 해당 흐름에 안착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CEO·임원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자기 주식 매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50위권 기업 중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임원이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18곳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3억4750만원어치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에 사들인 5000주까지 약 7억1500만원어치를 매입한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한종희 부회장이 1만주(약 7억3900만원), 전영현 부회장도 5000주(약 3억76000만원)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주가가 2022년 하반기 수준인 16만원대로 내려온 네이버도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9일 주당 16만원에 자사주 1244주를 매입했다. 같은 날 구동현 부문장과 이상철 부문장도 각각 317주, 500주를 샀고 이일구 부문장도 주당 15만 8900원에 315주를 장내 매수했다.
최근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카카오도 주가 방어와 투자자 안심을 위해 임원진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13일과 14일 2회에 거쳐 총 2773주를 장내 매수했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지주의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14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5만9000원에 500주를 장내 매입했고 같은날 이재민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5만7900원에 500주를 매입했다. 지난 6일 윤심 사외이사도 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아울러 코스닥 상장사에서도 대표·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사례가 나왔다. 전날 허제홍 엘앤에프 의장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주식 1210주(약 1억30만원)을 장내 매수했으며 내년 6월까지 10개월간 총 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런 대표·임원들의 노력에도 막상 대부분 상장사의 주가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1일에 6만42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 외에 SK하이닉스(-15.78%), 현대차(-6.51%), 카카오(-10.55%), 네이버(-8.51%) 등도 모두 지난달 초 대비 약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이 과매도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나 나올 정도로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인 것과 더불어 시장 자체 회복 탄력성이 떨어져 있어 가격 상단이 제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 내 주요 임원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해석돼 호재로 인식된다”라면서도 “최근 같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선 오히려 자본을 아끼거나 미래성장에 투자하는 곳의 매력이 돋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