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한솥밥' 한덕수·박지원, 설전부터 농담까지
입력 2024.09.09 20:30
수정 2024.09.10 05:07
박지원 "순했던 총리로 돌아가라" 한덕수 "저 안 변했다"
한덕수 "모든 정권 걸쳐 최고였던 박지원 따라갈 자 없어"
박지원 "그러면 윤대통령께 건의해 나 데려다 쓰시라고"
김대중(DJ) 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순하던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가라"고 했고, 한 총리는 "나 안 변했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의원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는 당시 (김대중정부) 비서실장이던 내가 추천해서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왔다. 우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도 극복했다"고 두 사람의 인연을 언급했다.
한 총리와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서 각각 경제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의원은 "경제수석 때 한 총리는 얼마나 소신있게 스크린쿼터제 등을 반대했었느냐"며 "왜 지금은 (윤 대통령에게) 말씀을 못하느냐"고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무엇이든 대통령께 도움이 되는 말씀이라면 하겠다만, 가짜뉴스와 선동을 전제로 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그 순하던 한덕수 총리가 요즘 대통령이 싸우라고 하니까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저돌적으로 반항을 하고 있다" "그렇게 좋았던 한덕수인데, 지금은 나쁜 한덕수다" "제발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가라"고 했다. 한 총리는 "나 안 싸운다" "나 안 변했다" "나는 의원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를 두고도 언쟁을 높였다. 박 의원은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하면서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가 김건희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완전히 가짜뉴스고 선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왜 여당·검찰·권익위·방통위는 김건희 여사 앞에만 서면 작아지느냐. 대통령께서 여사만 싸고 돌기 때문 아니냐"라고 물었고, 한 총리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한 한 총리의 배우자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모님이 디올백 300만원짜리를 받으면 받겠느냐, 내가 아는 사모님은 안 받는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가정을 전제로 해서는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응수했다.
이러한 입씨름 속에서도 지난 20년의 인연 덕분인지 한 총리와 박 의원 사이에서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박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식 당일 대통령실에서 김건희 여사 생일파티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신 나간 대통령실에서 왜 하필 이런 사진을 공개해 국민 염장을 지르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총리가 "이제까지 비서실장으로서 공보수석으로서 홍보수석으로서 모든 정권에 걸쳐 최고였던 박 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박 의원은 "그렇죠.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한테 건의해서 나를 데려다 쓰라고 하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 총리는 "건의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한 총리와 서영교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서 의원은 경제위기를 지적하며 한 총리에게 "온 세계 경제가 좋아졌는데 대한민국만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총리가 잘못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한 총리는 "어떤 통계가,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엉터리라고 하냐. 완전히 오도된 통계"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소란이 일자, 우 국회의장은 질의를 중단시키고 "질문자가 질의를 하면 잘 듣고 답변하시는 게 옳다"며 "이렇게 되면 서로 질문도 격해지고, 답변도 격해져서 답변하는 분이 오히려 질문을 하고 이렇게 되면 대정부질의가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