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느끼는 밤의 향연 ‘늦반딧불이’…영양군 밤하늘 보호공원 [이생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4.08.31 07:10
수정 2024.08.31 07:10

영양군, 늦반딧불이 보존지역 조성

폭염 등 기후변화로 생존률 낮아져

인근 자작나무숲 등도 볼거리


국제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영양군 수비면은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별이 쏟아지는 멋진 밤하늘과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는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자연이 선사하는 멋진 선율을 느끼고 싶다면 영양군을 찾아보자. ⓒ영양군청 제공

#. 이달의 생태관광지(이생관)는 환경부에서 자연환경의 특별함을 직접 체험해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매달 한 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전국 생태관광 지역 중 해당 월에 맞는 특색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지역 관광자원 연계 및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한다. 데일리안은 전국에 있는 생태자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생태적 가치와 보존, 그리고 관광이 공존하는 ‘이달의 생태관광’을 직접 조명하고자 이 시리즈를 준비했다. 초보여행자, 가족여행자 눈높이에서 바라본 현장감 있는 시리즈로 풀어 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난이도 = 남녀노소 누구나 늦반딧불이의 아름다운 춤을 볼 수 있다.

접근성 = 영양군 시내에서도 30~40분 더 가야 한다. 주변에 식당이나 마트가 없으니 영양군 시내에서 미리 장을 봐야 한다. 숙박은 영양군 청소년수련원에서 가능하다. 생태탐방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볼거리 =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밤에 쏟아지는 별들과 영롱한 불빛을 내뿜는 늦반딧불이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인근에 국내 최대규모의 자작나무숲도 볼거리 중 하나.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대는 낯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이 지역은 가로등 하나 없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수비면에 어둠이 내리면 밤하늘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빛난다.


그리고 산등성이를 따라 반짝이는 불빛을 머금은 ‘늦반딧불이’가 등장한다. 영양군 수비면에서 자연이 만들어준 지상 최고의 야경쇼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생존률 4%의 귀한 ‘늦반딧불이’


늦반딧불이는 8월말에서 9월 중순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딧불이는 ‘애반딧불이’인데, 늦반딧불이와 약간 다르다. 애반딧불이는 깜빡깜빡 점등하며 빛을 발산하는 반면 늦반딧불이는 계속 불을 켜고 날아다닌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크게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세종류가 있다. 애반딧불이는 가슴등판에 검은 줄무늬가 있다. 운문산반딧불이와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두 종류 모두 수컷은 배마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에 불빛을 내는 발광기가 있다.


늦반딧불이의 발광체는 상당히 밝다. 하지만 이상기온 등의 영향으로 개체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영양군청 제공

물속에 사는 애반딧불이 애벌레는 물달팽이나 다슬기를 잡아먹고 산다. 그러나 육상에 사는 운문산반딧불이나 늦반딧불이 애벌레는 육상 달팽이를 먹이로 삼는다.


영양군 늦반딧불이는 이름 그대로 늦은 시기에 나타난다. 애벌레 기간이 2년이나 돼 무척 길다. 늦반딧불이는 날씨에 민감해서 최근 열대야가 지속된 탓에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양군은 지난 2005년부터 늦반딧불이 복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년 동안 늦반딧불이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매년 1500~1800개체를 방사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이제 영양군 수비면은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지역으로 거듭났다.


영양군 수비면에 조성된 반딧불이 천문대. 영양군에서 폐교를 매입해 반딧불이 교육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영양군은 늦반딧불이 관찰을 할 수 있도록 수비면 주변 반경 10km 안에 가로등을 모두 제거했다. 늦반딧불이 관찰이 가능한 ‘영양 국제밤하늘 보호공원’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과 늦반딧불이만 존재한다. 유일한 조명은 인근 영양반딧불이 천문대가 전부다. 이 곳 마저도 조명을 아래로 설치해 빛공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런 기후변화에 영양군도 고민이 많다. 갈수록 사육 및 방사 대비 생존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8월 중순 이후 늦반딧불이 출연이 예상됐는데 폭염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다.


김경호 영양군 생태공원사업소 생태공원담당은 “늦반딧불이는 서식 환경이 상당히 중요하다. 복원하는데 최소 5~10년이 걸리는 개체”라며 “지금 같은 이상기온이 발생하게되면 사육한 늦반딧불이 1만 마리를 방사해도 300~400마리만 생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양군 수미면은 ‘영양 국제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는 세계에서 6번째, 아시아 최초다. 국제밤하늘협회(IDA, International Dark Sky Association)로부터 2015년 10월 31일자로 ‘밤하늘 보호공원’으로 지정받았다.


밤하늘 보호공원은 전 세계에서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선정해 지정한다. 밤하늘 투명도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영양 국제밤하늘 보호공원은 은하수, 유성 등 전반적으로 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육안관측할 수 있다. 일반 지형 여건에서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은 등급(Silver Tier)을 부여 받았다.


국제밤하늘 보호지역으로 선정된 수비면 일대는 늦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는 넓은 공원이 있다. 밤이 되면 앞에 보이는 산등성이를 따라 늦반딧불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영양군 또 다른 명소…국내 최대 자작나무 군락지


영양군은 지난 2017년 5월 대한민국 12번째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슬로시티는 빠른 속도의 현대 사회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지향하며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슬로시티 가치를 지닌 영양군은 고유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8월의 영양군의 또 다른 볼거리는 ‘자작나무 숲’이다.


늦반딧불이를 보기 전에 자작나무숲을 둘러보는 일정도 좋다. 국제밤하늘 보호공원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으니 동선도 나쁘지 않다.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채 30년간 모습을 숨겨왔다. 이곳은 솔잎혹파리(소나무와 곰솔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나무들이 황폐해진 공간이었다.


영양군은 1993년 이 지역에 산림청과 함께자작나무 묘목을 심었다. 그 이후 30년 동안 사람의 손을 피해 자연 그대로 자라난 자작나무는 현재 국내 최대 자작나무 숲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전기 버스에서 내려 30여 분 완만한 오솔길을 걸으면 눈 앞에 시원한 자작나무 숲의 장관이 펼쳐진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영양군 자작나무 숲은 2019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그렇다보니 산책로, 전망대 등 조망시설은 조성이 한창이다. 그럼에도 입소문을 타고 주말 평균 5~600명이 이곳을 찾는다. 30ha의 방대한 자작나무 숲을 보는 것 만으로도 몸은 벌써 신선한 피톤치트에 반응한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을 나타내는 표시판을 지나쳐 자작나무 숲 주차장에 도착하면 전기 셔틀버스가 있다. 영양 자작나무 숲은 개인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주차장부터 자작나무 숲 입구까지는 약 4.7km 구간은 무료 전기 셔틀버스가 왕복하고 있다.


박선민 환경부 청년인턴은 “영양군에서 방문객 편의를 위해 자작나무 숲까지 가는 전기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전기 버스를 도입하면서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영양군의 깊은 배려와 노력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양군 자작나무 숲 전망대 인근은 아직까지 인적이 드물다. 영양군에서는 관람객들 편의를 위한 시설을 갖추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셔틀버스는 월요일을 제외한 주중 오전 9시 30분을 시작으로 1시간 간격, 주말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중간 지점에 하차 후 자작나무 숲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이동한다.


박 청년인턴은 "자작나무 숲길 트레킹 2코스를 추천한다. 코스의 마지막 종착지인 전망데크에 도착하기까지 자작나무 숲 아래에서는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숲을 지나는 오솔길마다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이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자작나무는 주로 북반구 온대 지역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드넓게 펼쳐진 자작나무 숲에 방문한 것은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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