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처럼 불처럼’ 히미츠, 앨범 ‘월‧화’처럼 청량하고 직설적이었던! [D: 인터뷰]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4.08.30 07:17
수정 2024.08.30 07:17

지난 8월 11일 미니앨범 ‘월‧화’ 발표

월; ‘달빛 아래서 춤을’ 우주까지 뻗는 행복감

화: ‘러브! 인페르노’ 큰불 같은 사랑의 열정과 고통

오샘-정다운-김성하-오승규 도전적이고 솔직했던 이야기

4인조 팝밴드 히미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컬 오샘, 베이시스트 정다운, 기타리스트 오승규, 드러머 김성하 ⓒ소속사 데일리창 제공

4인조 팝밴드 ‘히미츠’, 그들의 음악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곡 듣고 멈춘 이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브리티시 모던 락을 추구한다는 말로는 모자란, 남과 구별되는 색깔을 지니고 있고 가사가 내 얘기처럼 퀴에 콕콕 꽂히는 데다 보컬의 음색은 개성 넘치고 연주는 무르익었다.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도 아직 대중에게 크게 사랑받기 전인 뮤지션이나 배우 등 아티스트를 보면 궁금하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진로를 정했기에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어릴 때 초등 소년소녀합창단으로 시작했어요. 쭈욱 노래하면서 당연히 나는 가수가 되겠지, 너무 자연스럽게 노래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자라면서 가창력의 대가들, 김범수 박효신 나얼…들을 보면서 연습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생각에 변화가 왔어요. 아, 이거는 타고난 부분이 작용하는구나. 그러면서 시작한 게 작곡이에요.”


경의를 표한 세 가수에 못지않은 음색과 창법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작곡에 힘쓰게 된 계기를 말한 건 보컬이자 리더 오샘이었다. 신선미 넘치는 작사‧작곡의 출발점은 자기인식과 겸손이었다.


“유치원 때 엄마 친구분이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셔서 공짜로 다니게 됐는데. 한 달 해 보니 저랑은 맞지 않더라고요, ‘못 치면’ 그 부분에 동그라미를 치는 방식이요. 초등학교 때, 나이 많은 사촌 형이 통기타를 쳐서 저도 했는데 초등학생이 치기엔 손이 아파서 때려치웠어요. 고등학교 때 짝궁이 드럼을 치기에 따라가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멋있는 척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만난 게 베이스입니다. 얼마나 좋은지 고3 때 입시학원비를 빼돌려서 동네 실용음악학원에 다녔어요. 낮에 자고 밤에 학원에서 밤새 연습했어요, 몰래몰래. 대학교는 공부 점수 맞춰 다른 과에 갔지만, 군 전역 후 복학 전까지 시간이 결국 저를 밴드로 이끌었습니다.”


밴드의 맏형이자 베이스 기타를 맡은 정다운의 얘기다.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악기가 팀 음악의 바탕을 담당하지만, 크고 깊은 눈만큼이나 팬들에게 크게 주목받는 멤버다. 빙빙 돌아 운명처럼 만난 베이스와 한몸이다.


“부모님이 음악을 좋아하세요. 엄마 노래 잘하시고, 아빠는 작곡을 공부했고. 형도 음악하는데 재즈피아노 해요, 집이 음악 가족이에요. 동생도 성악가, 그 남편도 성악가, 음악 집안이죠. 원래는 가수가 하고 싶었어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잘하는 사람이 많아요. 음악으로 뭘 하고 싶은데 뭘 하지, 생각하고 있던 차 찬양팀 밴드 하는 거 보고 기타에 관심을 지니게 됐어요. 찬양팀은, 아버님이 목사시거든요. 그게 음악의 시작이었어요.”


음악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하나 된, 기타로 시작해 드럼으로 정착한 뮤지션. 보통은 밴드의 가장 뒤쪽에 위치해 잘 보이지 않지만, 히미츠의 공연에 가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만 찍는 팬들이 있을 만큼 인기 높은 드러마 김성하의 얘기다.


끝으로 팀의 막내이자 가장 나중에 히미츠에 합류한 기타의 오승규는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퍼포먼스만큼이나 말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저 같은 경우는 친구가 기타를 학교에 들고 온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정신 차려 보니 서산에서 제일 잘 치게 돼 있더라고요, 그러다 실용음악과 있는 걸 알게 돼 입시를 열심히 준비해서 진학했어요, 그게 이어져 와서 지금도 음악 하고 있습니다.”

히미츠, 그를 만나다. 왼쪽부터 베이스 정다운, 리더이자 보컬 오샘, 드럼 김성하, 기타 오승규 ⓒ데일리창 제공

보컬 오샘, 베이시스트 정다운, 드러머 김성하, 기타리스트 오승규, 10년 차 히미츠가 실력자 4명으로 완성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히미츠의 역사 자체인 오샘이 배고픔 속에서도 면면이 이어온 역사를 전했다.


“히미츠는 2015년 겨울 처음 결성됐어요, 2인조로, 왜 2인조였냐면 처음부터 밴드를 하자니 합주할 장소가 없었어요, 행사 나가면 돈을 여럿이 나눠야 해서 멤버 수를 절약한 이유도 있고요, 2년 동안 활동하다가 함께하던 친구가 유학 갔고, 혼자가 된 제가 구인공고를 냈어요, 그해 여름 제천영화제 서게 돼 멤버 없이 스케줄을 받은 상황이라 부랴부랴 준비했거든요, 그때 만난 멤버들로 계속 활동했는데, 그러면서도 2018년까지는 1인 체제 밴드에 세션이 참여한 형태였는데 공연할 때마다 정규직 시켜 달라고 해서(웃음) 2019년 4인조 밴드가 결성된 겁니다. 정식 4인조 멤버 오샘 정다운 이형구 너구리(드러머)로 2020년까지 활동했어요. 2021년 너구리가 나가고 드러머가 공석이 됐는데 22년 초 성하가 멤버가 됐어요. 22년 말 형구가 탈퇴하고 승규가 들어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솔직 화법의 그들이어서 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은 몇 점짜리 멤버일까요, 실력과 인화 면에서 얘기해 주세요. 이번엔 거꾸로 막내 승규부터 답했다.


“저의 인성은 200점입니다. 연주는 60점, 아직은요. 2집 앨범을 낼 때까지는 99점이 목표입니다.”(승규)


“인성 100점, 퍼포먼스 100점.”(성하)


“인성은 100점, 연주는 70점 이상은 해왔다고 자신합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밴드가 요하는 수준이 높아져서 열심히 쫓아가고 있어요. 별도 개인 연습도 많이 하고요.”(다운)


“퍼포먼스 90점, 10점은 성장할 여지를 주기 위해. 인성은 50점, 리더는 리더로서 인간미가 없어야 할 때가 있어서 50점을 주었습니다.”(샘)


대답에서 젊음의 청량함이 뚝뚝 흐른다. 여름이 어울리는 밴드, 히미츠답다. 작사하든 작곡하든 연주하든 아티스트로서 주안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


“창작할 때 중시하는 것은 주제가 명확한가, 새로운가, 나에게 잘 맞는 옷인가입니다. 항상 가장 최근에 만든 게 가장 마음에 들도록 만들고 있어요, 현재까지 만족합니다, 100퍼센트 만족은 아니고 창작은 만족할 때까지 만들면 끝이 없어요. 어느 시점에 포기할 때가 오는데 그때가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리더다운 결단력을 보이는 오샘의 답이다. 포지션이 생각이 끼치는 영향이 큰 걸까. 다운의 얘기는 베이스답다.


“음원 작업할 때 곡을 만든 사람이 요구하는 바를 아는, 원하는 연주자가 되려고 해요. 연주하는 사람, 이어 연주할 사람 모두가 만족할 베이스를 만드는 데에 주력합니다. 결과물은 마음에 들어요.”


성하의 대답에서는 인기 요인이 단순 미모가 아님이 읽힌다.


“연주할 때 시그니처가 있는 드러밍이 있어야 합니다. 필링이, 테크닉이 ‘아, 이거 김성하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주해요. 원래는 그거고, 요즘에는 퍼포먼스도 중시해요.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틱을 돌린다든가 표정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현재의 완성도는 80점,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오리지널리티(원본으로서의 고유성)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른 밴드와 차별점 두는 지점이 기타가 아닐까 싶어요. 기타를 들었을 때 ‘이거 히미츠 색깔이다’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중시해요. 결과는 아직은 완벽히 만족한다,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어느 정도 잡히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패기 넘치는 기타리스트 승규다. 입단 만 2년이 되지 않았지만 팀 컬러, 우리 밴드의 차별성을 내 연주의 개성으로 만들겠다는 포부. 마지막 멤버가 원년 멤버처럼, 막내가 맏형처럼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팀의 분위기에서 히미츠의 밝은 내일이 보인다.


팝밴드 히미츠. 왼쪽부터 작사에 작곡, 노래하는 오샘부터 드럼 치는 꽃미남 김성하, 자신감 넘치는 기타 오승규, 깊은 무게감의 베이스 정다운 ⓒ데일리창 제공

이 자신감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밴드 히미츠만의 ‘강점’을 물었다. 동상이몽 하지 않고 서로 비슷한 생각과 호감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게 전해왔다.


“다른 밴드와 차별화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밴드 모토 자체가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들자! 이거기 때문에 호불호가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누가 들어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자신합니다!”


누구의 얘기였을까. 10년 차 리더가 아니라 두 돌을 바라보는 막내 오승규의 말이다.


“내부 불화가 없어요. 사람이 하는 일, 삐끗삐끗해서는 결과물이 좋을 수 없는데 좋은 음악하자! 성공하자! 도착점을 똑같이 보고 있어서 그런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평소 멤버들 얘기 경청하며 팀의 화합에 한몫하는, 모두가 ‘다운이 형’이라고 부르는 정다운의 평가다. 김성하의 대답도 들어볼까.


“똑같은 생각을 앞에서 얘기해서 놀랐어요, 차별화된 스토리텔링, 팀 전체로 볼 때 호불호 없는 밴드라는 사실에 동의하고요. 한 가지 더하자면, 평소 다른 노래 들을 때 가사를 잘 듣지 않아요, 연주자니까. 그런데 히미츠 노래는 제가 가사를 듣게 돼요, 흥얼거려요. 표현이 차져서 귀에 맴맴 돌아요. ‘짜장 둘에 짬뽕 둘(노래 ‘신장개업’ 가사) 좋더라~’ 주변에서도 그래요.”


마지막은 리더 오샘이 장식했다.


“멤버들이 히미츠의 강점, 다 얘기했고요. 장점은 선을 잘 지킨다. 히미츠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밴드인데, 새롭되 ‘수용할 수 있는’ 새로움의 한도, 선을 지키면서 작품활동을 해왔습니다. 노래 ‘우린 비행기를 탄다’의 경우, 외설스럽다 느낄 수 있는데 납득이 되게 선을 지키고 있어요, 팬들께서도 ‘야해도 괜찮다’ 말씀해 주시고요. 호러나 SF 장르의 음악을 만들더라도 납득될 수 있게 선을 잘 지키는 것이 히미츠의 강점입니다.”


베이시스트 정다운이 끝으로 한마디를 보탰다. 히미츠의 최대 강점, 신비롭고 중독성 있는 보컬에 관한 얘기를 놓치지 않았다.


“보컬이 히미츠의 강점입니다. 때로 바보 같이 들릴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가 있는데 샘이 부르면 달라요, 그렇지 않게 들리게 노래해요. 신기한 보컬입니다.”


지난 8월 11일 발표된 앨범 ‘월‧화’ ⓒ 음원 화면 갈무리

진심으로, 4인조 밴드 히미츠의 노래들은 가사도 곡조도 신선도가 높다. 재미있고 독특하고 야하고 미스터리하다. 한 번 들으면 자꾸 듣게 하는 중독성도 있다. 아무거든 우선 들어보라고, 듣기 시작했으면 다 들어보라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


무엇부터 들을지 헷갈린다면 지난 11일 발매된 미니앨범 ‘월‧화’의 수록된 두 곡부터 친해지자. 월(月), 달을 상징하는 노래 ‘달빛 아래서 춤을’을 들으면 우주까지 솟아오르는 행복감을 선물받을 것이고. 화(火), 불을 상징하는 노래 ‘러브! 인페르노’는 제목 그대로 인페르노(걷잡을 수 없는 큰불, 대형화재)와도 같은 사랑과 열정과 고통에 휩싸일 것이다.


살면서 하루치 행복을 얻기란 쉽지 않다.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를 주고 힘겨운 하루의 피로를 날리는 위안을 얻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아직 뾰족한 답이나 누군가를 찾지 못했다면 ‘히미츠를 행복과 활력의 ’친구‘로 사귀어 보자.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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