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에도 병사 주머니 두둑하게…국방예산 60조원 시대
입력 2024.08.28 06:20
수정 2024.08.28 06:20
올해보다 3.6% 확대 편성
전 세계적 국방비 증액 흐름 고려
병 월급 등 인건비 오른 영향도
건전재정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전 세계적인 국방비 증액 흐름에 발을 맞추는 한편, 윤 대통령이 약속했던 장병 복무여건 개선에도 힘을 실은 결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건전재정은 우리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면서도 "군장병 처우를 적극 개선해 군 복무가 자긍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에 합당한 예우를 하기 위해 내년 병장 기준 병 봉급을 205만원으로 높이겠다"며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 봉급도 인상하겠다. 수당·장려금 등 각종 처우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내년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2조 1634억원(3.6%) 증가한 61조 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방예산이 6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엄중한 대내외 안보상황을 고려해 국방 분야에 재원을 우선 배분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변국 증가율도 볼 필요가 있다"며 "2년 연속 20% 이상 증액한 일본은 올해 16%를 올렸다. 중국은 7% 증액했다. 우리도 국방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해 주변국은 물론 유럽 등에서도 국방비 확대편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관련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병 봉급 및 내일지원준비금 인상
1.5조원가량 더 투입될 전망
국방예산 중 가장 큰 폭의 증액이 이뤄진 분야는 '병사 처우 개선'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론 '급여정책' 항목이 8964억원, '장병 보건 및 복지 향상' 항목이 2753억원 확대편성됐다. 국방예산 증액분의 절반가량이 병사 처우에 개선에 쓰이는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급여 부문은 병 봉급 인상에 따른 것이고, 복지 향상은 대부분 병 내일지원 준비금이 늘어나면서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병 봉급은 병장 기준 150만원으로 인상된다. 자산형성프로그램인 병 내일준비지원금도 55만원으로 오른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병 봉급 205만원'은 둘을 합친 금액으로, 대선 공약이었던 '병사 월급 200만원'이 내년부터 현실화될 전망이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봉급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구분해서 봐달라"며 "모든 병사들에게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을 다 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초급간부 역차별 우려 현실화
하사 3호봉 실수령액 203만원
軍 "체감 수령액 보전하려 노력"
병 봉급이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일각에선 초급간부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실제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3%)를 적용한 내년 하사 1호봉은 193만 3300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다만 군 당국은 직급보조비·정액급식비·상과상여금 등의 '공통수당'을 더하면 하사 1호봉이 받는 보수는 약 273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국방부가 하사 월보수액에 252만원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실제 초급간부 실수령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유 의원이 확보한 봉급 명세서에 따르면, 하사 3호봉의 실수령액은 203만 8780원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세금 등을 떼기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며 "병사들은 봉급에서 세금을 안 뗀다. 초급간부들이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동일 호봉이라도 직책에 따라 실제 수령하는 액수에 차이가 있다"며 "(하사 1호봉) 252만원은 세전으로 추산 결과다. 체감 수령액은 훨씬 작다는 데 동의한다. 보전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고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후년까지 독신숙소 1인1실
"노후 간부숙소 개선 시행중"
급여 문제와 별개로 군 당국은 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군인 가족 및 초급간부 주거여건 개선' 예산으로 7863억원이 책정됐다. 올해(5260억원)보다 45.9% 증액된 규모다.
특히 해당 예산 가운데 6048억원은 초급간부를 위한 노후 간부숙소 개선, 1인 1실 확보 예산으로 편성됐다. 김 차관은 "예산을 집중 투입해 독신 숙소를 2026년까지 1인 1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규 관사 432세대를 마련하는 사업에는 481억원이 투입된다. 신규 관사는 모두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5㎡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3~4인 군 가족에게 26~29평 관사를 보급했다"며 "국민평형 기준인 4인 가족 기준으로 관사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여건 개선은 올해부터 본 궤도에 오른 사업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기도 하다. 김 차관은 "노후 간부숙소를 위해 매년 2000억원씩 투입하던 것을 올해는 두 배인 4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노후 시설에 대한 개선을 올해 집중적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