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김장겸 때와는 달랐던 정치 판사의 정파적 이익 판결" [법조계에 물어보니 486]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4.08.27 16:53
수정 2024.08.27 17:43

서울행정법원, 26일 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 제동…집행정지 신청 인용

법조계 "동일한 사안에도 정파적 이익 따라 판결 달라진다면…사법부, 국민신뢰 잃을 것"

"행정부의 임면에 관한 재량을 존중하는 일관적인 판례가 있음에도 정치적 고려 판결"

"결국 최종적인 피해는 국민…사법부의 정치판결, 시대발전 역행하고 사회분열 초래할 것"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연합뉴스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며 이른바 '정치판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집행 부정지라는 법원의 일관된 기존 입장·법리와 달리 이번 재판부는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하며 행정부가 임명한 방문진 신임 이사들을 사실상 해임하는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동일한 사안임에도 정치적인 상황, 정파적 이익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도 지양돼야 하지만 사법부 역시 그러한 비판을 받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독립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전날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이사진의 취임은 불가능하게 됐다.


재판부는 특히, 방문진의 새 이사가 임명될 경우 권 이사장을 비롯한 현 이사진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가처분 결정의 요지는 5인으로 구성하게 돼 있는 방통위에서 2인만으로 의결하는 게 절차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우선 신임이사들의 임명 효력을 정지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방통위가 2인만으로 파행 운행되고 있는 건 국회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임명하지 않으면 계속 파행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결정은 현실을 도외시한 측면이 있다. 물론 항고가 가능하고 그 결정이 본안에서 다투라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본인소송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방통위의 파행 운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일한 사안임에도 정치적인 상황, 정파적 이익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도 지양돼야 하지만 사법부 역시 그러한 비판을 받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독립하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10월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수정 변호사(법률사무소 수정)는 "이같은 판결이 내려지면 앞으로 기관 등을 파행하고 싶을 경우 추천권자가 영영 추천을 안 해도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실제로 북한인권재단의 경우도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몫에 해당하는 이사들을 추천하지 않아서 재단이 활동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위법하게 진행된 고영진 방문진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 해임 건에 대해 법원은 '집행 부정지' 원칙에 바탕해, 해임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했고 본안 소송에서 비로소 해임을 취소한 바 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임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방문진 이사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행정부의 임면에 관한 재량을 존중하는 일관적인 판례가 있음에도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은 의아하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법원의 태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건 당연히 그 판사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스럽다고 할 것인데, 결국 최종적인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불합리하다. 이런 태도가 형사에 미쳐서 유·무죄 판단 등이 납득 불가능해진다면 나라 뿐만 아니라 사인 사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치안 유지가 힘들어져 기껏 쌓아 올린 시대의 발전을 역행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한다"고 비판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법원은 방문진 이사를 새로 선임할 수 없다는 이사 임명정지 가처분 결정을 하며, 그 이유로 '이 사건 임명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를 들었다"며 "과연 이러한 결정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결국 본안 소송에서 다투어질 것이다. 방문진 이사 선임 문제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사안으로서 법원의 판단이 행정부의 인사권 침해나 삼권분립 위반 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와 별개로 법관의 판결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개인적 정치성 성향에 따른 판단은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법원의 정치적 판결이 계속되면 이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사회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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