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익사시킨 20대, 살인죄 아니다?…'살해의 동기' 입증 어려운 이유 [디케의 눈물 272]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08.24 05:07
수정 2024.08.24 05:07

피고인, 2월 목포서 지적장애 친구 바다 빠뜨려 숨지게 해…살인죄 아닌 폭행치사죄 적용

법조계 "살인죄 성립하려면 '살인의 고의' 입증돼야…원한관계 등 동기 있는지 증명 필요"

"살해 동기 빈약하다면 살인죄 입증 어려워…사망할 예견 가능성 있다면 폭행치사죄만 성립"

"피고인들 유리한 조건으로 내기 걸고 강제 입수…사망까지 이른 만큼 法 판단 엄격했어야"

ⓒ게티이미지뱅크

가위바위보 내기에 진 지적장애 친구를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고의성과 원한 관계 등 살해의 동기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피고인들이 의도적으로 유리한 방법의 내기를 통해 바다에 빠지는 조건을 걸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만큼 재판부가 조금 더 엄격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이지혜 재판장)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0)에게 폭행치사 혐의로 전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B씨(16)와 C씨(14)에게도 각각 공동폭행과 방조죄를 적용해 광주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월1일 오후 11시24분쯤 전남 목포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D씨(18)를 바다에 빠뜨렸다. 이들은 D씨가 일정한 순서로만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바다 입수 내기를 했다. D씨가 입수를 거부하자 A씨는 그를 강제로 밀어 바다로 떨어지게 했다.


B씨는 입수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붙잡았고 C씨는 이들의 행동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말리지 않았다. 결국 수영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는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검찰은 "피해의 중대성과 엄벌을 탄원하는 유족의 의사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평소 이들 사이 괴롭힘의 정황이 없고 친분이 있었기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바다에 빠뜨려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 폭행치사죄를 적용하고 나머지 피고인 2명은 가정법원으로 송치 결정을 내렸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살인죄로 의율하기 위해서는 살인의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평소 피해자와 가해자의 친분관계와 이 사건 전후상황을 고려할 때 피해자를 민 행위가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뿐 살인까지 의도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살해 동기다. 살해하겠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나마 있었는지 증명해야 하는데 실제로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이 사건의 경우 살해 동기는 빈약하지만 폭행의 고의,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예견 가능성 등은 충분히 존재하는 만큼 폭행치사죄만 성립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려면 가해자의 자백을 받아내거나 전후 상황, 휴대전화 검색 기록 등 사건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자백을 받아내지 못했다면 촘촘한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 사이에 원한 관계나 갈등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의도적으로 바다에 빠지는 조건을 걸고 본인들이 이기는 방법의 가위바위보를 해 강제로 밀어 떨어뜨렸다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바다에 빠뜨린 점, 바다에 빠뜨린 이후 구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조금 더 엄격히 판단을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미필 고의의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관적인 판례이다"고 전했다.


이어 "위 사안의 경우 재판부가 평소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친밀도 등을 감안하여 살인의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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