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격려+시정명령’ 힘 충전 안세영, 협회에 끌려가지 않는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08.23 10:51
수정 2024.08.23 13:21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와 인사나누고 있다. ⓒ 뉴시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작심 발언’ 뒤 말을 아껴왔던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통령의 격려와 문화체육관광부 조치 등으로 힘을 충전했다.


안세영은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대통령실이 주재한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선수단 유니폼 색깔에 맞춰 하늘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김건희 여사와 함께 입장, 가장 먼저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며 악수했다.


그러면서 "안세영 선수, 정말 멋진 경기, 매 세트마다 정말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줬다"며 "우리 안세영 선수가 얼마나 피나게 노력하고, 짐작하건대 무릎 부상을 비롯해 많은 부상을 이겨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이블을 돌며 파리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박혜정(역도) 등 대표단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선수단 격려 뒤 ‘낡은 관행’에 대한 혁신을 주문했다.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144명과 지도자 90명 전원에게 국민 감사 메달을 수여한 윤 대통령은 "우리 젊은 선수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마음껏 훈련하고, 기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좋은 결과를 낸 방식은 더 발전시키고, 낡은 관행들은 혁신해 청년 세대의 가치관과 문화, 의식에 맞는 자유롭고 공정한 훈련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안세영의 이른바 ‘작심 발언’으로 드러난 배드민턴 대표팀의 잘못된 관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안세영은 취재진 앞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여러 문제들을 낱낱이 지적했다.


안세영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협회에)정말 크게 실망했다.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협회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귀국 후에는 지난 7년간 막내라는 이유로 대표팀 내 부당한 관행 아래 당했던 일도 폭로했다.


안세영이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해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어머니 이현희 씨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금메달리스트가 협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논란은 크게 확산됐다.


파장이 이어진 가운데 안세영의 작심 발언과 관련한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던 배드민턴협회는 결국 조사를 중단했다. 조사위 개최를 알린 지난 16일, 문체부는 절차 위반을 지적하며 조사위 재구성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협회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안세영에게 면담 날짜를 제안하는 등 조사 강행 움직임을 보이자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안세영 발언과 관련한 진상조사는 문체부 주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앞서 안세영은 협회가 꾸린 진상조사위 부름에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안세영은 지난 19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비공개 면담은 가졌다.


이를 놓고 체육계 관계자는 “안세영 측이 협회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조사위가 ‘과연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귀국 후 말을 아꼈던 안세영은 대통령의 격려와 주문, 문체부의 시정명령 등으로 말 그대로 힘을 충전했다.


안세영과 추가 면담도 예정하고 있는 문체부가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안세영의 작심 발언 배경과 진실, 그리고 안세영이 진정으로 호소하고자 하는 내용은 누군가의 ‘필터링’ 없이 국민들도 들을 수 있게 됐다. "협회 진상조사위에 끌려 다닐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안세영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마주한 모양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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