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공세에 '1위→6위 추락' 정봉주…'일극 체제' 입증 제물 [이재명 2기 출범 ③]
입력 2024.08.19 00:20
수정 2024.08.19 00:38
'명팔이 논란' 이후 표심 수직 꺾여
레이스 1위 출발에도…개딸 반발에 추락
다양성 실종 '친명 지도부 색채' 강화
鄭, 독자적 '반명' 정치 행보 구축하나
'이재명 일극 체제'를 겨냥한 '명팔이(이재명 팔이)세력 척결' 소신 발언으로 강성 당원들의 뭇매를 맞은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탈락'이라는 최대 이변을 맞이했다. 경선 초반 1~2위를 달리며 하락세에도 '안정권'으로 분류됐는데, 막판 순위 수직 추락으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셈이다. 그간 당 안팎에서 소수의 쓴소리가 나왔지만, 지도부가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이마저도 실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8·18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 및 최고위원 최종 선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전대 최대 이변은 정봉주 후보의 탈락이다. 정 후보는 대의원 9.17%, 권리당원 13.26%, 일반여론조사 9.98%로, 최종 득표율 11.70%를 기록하며 당선권(5위) 밖인 6위를 기록했다.
수석최고위원 자리는 전대 기간 내내 이재명 대표의 '명픽(이재명 후보의 픽)'으로 꼽힌 김민석(18.2%) 후보에게 돌아갔다. 차석은 '김건희가 살인자' 발언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저격한 전현희(15.9%) 후보가 당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한준호(14.1%), 김병주(13.1%)가 뒤를 이었고 '경제 전문가'로서 중도층 확장을 기치로 내건 이언주(12.3%) 후보가 최고위원 입성에 성공했다.
앞서 경선 초반 1~2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이른바 '명팔이 논란' 이후 표심이 수직으로 꺾였다. 정 후보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실세 놀이를 하는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직언했지만, 강성 당원들이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낙선 운동에 나서는 등 극렬한 반발에 시달렸다. 이날 현장에서도 정 후보가 정견발표를 위해 연단에 오르자 강성 당원들의 비난 섞인 고성이 이어졌다.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결과는 계파색이 옅은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도 예상을 훨씬 웃돈 지지층 결집이 이어지면서 정 후보의 명운이 갈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종결과 발표 직전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초반 1~2위를 달린 정 후보가 후반부 하락세에도 가까스로 지도부 입성은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원외 돌풍을 일으켰던 정 후보마저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고배를 마시면서 친명 일색으로 점철된 당내 분위기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후보 측은 당분간 친명 체제와 거리를 두고 지내며 독자적 정치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본인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친명'처럼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며 "각을 세울 순 있지만 당분간은 두드러지는 행동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만큼 1기 지도부보다 더 공고해진 단결력을 의식해 신중하게 움직이되, 실질적으로는 '계파 분리 작업'을 찬찬히 진행하며 유리한 타이밍을 엿볼 것이란 전망이다.
독자적 정치 행보를 위해 충족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정 후보가 앞서 공언한 "호가호위하며 권력 놀음하는 극소수 인사" 솎아내기다. 정 후보는 친명 세력에 각을 세우면서 막판 비명 성향의 권리당원표과 숨은 대의원 표를 공략하려 했는데, 친명색이 옅은 지지자들이 정 후보의 지지기반이 되면서 '소신파'로 구축한 이미지 운영 향배에도 이목이 쏠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법리스크에 의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기에 차거나 여론이 급격하게 빠지는 '타이밍'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이재명 대표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제일 먼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후보는 전당대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를 반대했던 분들조차도 민주 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고 탈락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