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이재명 2기' 지도부…'10월 위기설' 태동 이유는 [이재명 2기 출범 ①]
입력 2024.08.19 00:00
수정 2024.08.19 00:22
85% 득표율로 연임 성공, 최고위원 경선엔
전현희 '막판 대이변'…'친명 일색' 지도부
이재명 10월 재판 선고만 2건, 과제 산적
"획기적 방안,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닌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에 연임됐다. 최고위원들도 하나 같이 '친명 일색'이다. 이로써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완성됐다. 향후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선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문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등 주요 재판 1심 결과가 당장 10월에 나올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보다 더 강화된 당대표 지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대표 연임 초입부터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 '10월 위기설'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5.40%의 득표로 연임됐다. 2년전 득표율(77.77%) 대비 7.63%p 높은 수치다.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는 12.12%, 김지수 후보는 2.48%로 낙선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원들은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인 1만5000석을 모두 채웠다. 행사장 밖에서도 약 1만명의 지지자가 더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재명 2기 지도부가 꾸려졌다. 향후 민주당은 이 대표로의 단일대오에 기반한 대정부 강공 드라이브와 당대표 결사보위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선된 최고위원 5인도 하나 같이 '윤석열 탄핵'과 '이재명 수호'를 강조했다.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김민석 의원은 마지막 정견발표에서 "김대중을 지켜냈듯 이재명을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8명의 최고위원 후보들 중 장기간 중하위권에서 고전하던 전현희 의원이 최종 2위로 당선돼 장내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 최고위원의 전당대회 막바지 '김건희 여사가 살인자'라는 발언이 당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다. 실제 그는 해당 발언 이후 득표율이 대폭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 최고위원의 막판 대역전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한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반감이 극에 달한 상황을 나타내는 방증이란 관측이다.
다만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이재명 2기 지도부'의 앞길이 탄탄대로라고 할 수만은 없다. 10월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가, 같은 달 말에는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가 잇따라 이뤄질 예정인 탓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전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다"고 한 게 거짓이란 주장이다. 위증교사 혐의는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단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 앞에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줄재판이 예정됐다. 이 가운데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은 다음달 시작된다.
이에 따라 향후 사법부의 선고 결과에 따라 당이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나아가 이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해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후보는 지난 16일 YTN라디오에서 '9월말이나 10월초에 이 후보 재판 1심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 본인은 전혀 유죄가 아니라고 확신하는데, 유죄가 만약 나오면 본인이나 당에 부담이 안 되겠느냐"라며 "지금 당내에서도 다들 쉬쉬하지만, 재판 결과가 워낙 엄중해서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리스크 극복을 위한 구상안'을 묻자 "지금까지 해왔던 것 중에서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았을 리 있겠느냐"라며 "앞으로도 획기적인 방안이 생기면 모르겠는데 정치에서 그런 방법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당면한 재판 일정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사법리스크 방어가 아닌 민생 실천을 위한 행동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연임에 성공한 만큼, 2기 당대표 체제에서는 '본인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과 더불어' 있는 '더불어민주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