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청 이어 TV도 진격하는 中...'사면초가' 韓 가전
입력 2024.08.18 06:00
수정 2024.08.18 09:05
가전 시장에서 중국산 보폭 넓어져
로봇청소기는 이미 우위, TV도 추격
출하량 기준, TCL 이미 글로벌 2위
가전 시장에서 중국산과 국산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의 보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확고히 우위를 점한 상태이고, 삼성·LG전자가 꽉 쥐고 있던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CL은 올해 상반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 급증한 1252만대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 라인업인 퀀텀닷(QD) TV, 미니 LED TV 등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4%, 122.4% 성장한 덕분이다.
미니 LED TV는 백라이트(광원) 주변에 100~200마이크로미터(1㎛=100만 분의 1m) 크기의 LED를 촘촘하게 넣은 LCD(액정표시장치) 기반 TV다. 기존 LCD TV에 비해 더 풍성한 색과 명암을 표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LCD TV로 분류된다.
미니 LED TV는 TCL이 지난 2019년 가장 먼저 선보인 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QLED, LG전자가 QNED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의 LCD 저가 공세에 밀려 대형 LCD 사업을 대거 정리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보다 중국 세트업체들이 가격 우위에 서 있는 상태다.
아울러 그간 중저가형을 표방했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면서 TV 시장 지형도도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시장 1~2위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TCL이 출하량 기준에서 LG전자를 끌어내리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TCL의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6%로 11.9%였던 전년 동기 대비 0.7%p 상승했다. 삼성이 같은 기간 20.3%에서 18.8%로 내려앉은 점, LG전자가 11.7%에서 11.8%로 근소하게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 추세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매출 점유율도 크게 올랐다. 올 1분기 TCL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11.6%로 9.8%였던 전년 동기 대비 1.8%p 상승했다. 출하량 기준보다 매출 기준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가가 높은 제품을 많이 팔았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31.9%→29.3%)과 LG(17.0%→16.7%)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하락했다.
TCL은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한국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앞서 쿠팡이 지난 2022년 수입해 판매할 당시, 미니LED TV 였던 'C845' 시리즈는 전 제품이 '가성비템'으로 소문나며 5분 내 품절을 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TCL이 미니 LED를 필두로 하이엔드 TV 시장에서의 비중을 늘리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AI(인공지능) 기능 등 TV 소프트웨어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TCL 역시 자사 제품을 '스마트 스크린'으로 칭하고 기술 개발에 지난 6년간 11.4조를 투입한만큼 추격 고삐를 죌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