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 시대도 OLED" 외친 韓 패널사... 마이크로LED는 '적색불'
입력 2024.08.14 17:27
수정 2024.08.14 17:27
3년 연속 개최된 K디스플레이 전시회, 올해도 OLED
멀티 폴더블 OLED 앞세운 삼성, 차량용 주력한 LGD
韓기업, 중화권 주력하는 마이크로LED에는 소극적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국디스플레이산업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접목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품을 강조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강조했다. AI 시대 개화로 인한 저전력 효과 등 중국산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기술을 장착해 선두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K-디스플레이 2024'에는 모빌리티, XR(확장현실) 등 새로운 시장 개화에 발맞춘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대거 전시됐다. '패널'하면 떠올랐던 전통적인 TV, 모바일, PC 등에서 다양한 산업군에서 벗어나 말리고 접히는 각종 형태의 폼팩터가 등장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양대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전시회에서 각자 주력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중소형 OLED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멀티 폴더블 OLED 제품을 중심으로 최근 완성차 업체에 독자적으로 공급한 원형 OLED를 공개, AI 기술로 연결된 상호 정보 전달 방식의 미래 디스플레이 제품을 알리는 체험형 전시를 꾸렸다.
아울러 XR(확장현실)의 핵심으로 꼽히는, 올레도스 신기술도 선보였다. RGB 방식 올레도스와 다른 화이트 방식(W0-OLED) 올레도스로, 1.3형 초소형 크기에 업계 최초로 1만2000니트를 구현하는 제품을 공개했다. 또한 전통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강자 답게 게이밍 스튜디오 '에픽플레이(Epic Play)'를 마련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전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렸다.
다만 모바일이나 기타 IT 기기 등과 달리 XR의 경우 고객사 확보는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에 놓인 숙제라는 관측이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력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 소니와의 경쟁 우위를 점해야 하는 입장인 탓이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화이트 올레도스의 경우 인치당 픽셀수 4000ppi를 자랑한다. 4K TV 한대의 해상도를 동전 크기 초소형 화면에 담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강자답게 차량용과 게이밍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대거 강조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섹션에선 LTPS(저온다결정실리콘) LCD(액정표시장치) 제품과 함께 구부러지는 P(플라스틱)-OLED, 유리 기판이 적용된 Advanced Thin OLED 제품을 나란히 전시했다.
현재 차량용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로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아직 전사 매출 비중이 10% 내외지만, 모바일 및 IT 기기보다 연평균 성장률이 높다. 또한 차량 한대당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개수를 의미하는 채용률도 점차 올라가는 추세임과 동시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기존 평균 10인치에서 2030년 15인치까지 대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아직까지 차량용에선 LCD 기반의 디스플레이가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다만 회사는 2030년에는 그 비중을 OLED와 반반으로 맞추겠다는 목표다. 기술 혁신과 수율 개선을 통해 OLED 경쟁력을 올리고 슬라이더블, 롤러블 등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확장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LG디스플레이가 전시회에서 공개한 차량용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은 평소 천장에 화면이 숨겨져 있다가 원할 때 아래로 펼쳐져 차량 안에서 영화 감상, 화상회의 등이 가능하다. 차량 내부엔 곡선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폼팩터 변형에 유리한 P-OLED를 창문엔 투명 OLED를, 차체 외부엔 강한 빛에도 높은 휘도를 적용한 LCD를 각각 채용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OLED 시장의 경우 현재 중국의 추격이 시장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이와 관련해 "(소형 기준) 내수 시장과 세트 업체가 한국 시장과 비교해 월등하게 큰 중국과 단편적인 비교를 해선 안된다"며 "다만 중소형이나 대형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애플만이 시장을 움직이는 현 상황에 대해 한국 세트업체들이 각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충훈 대표는 "현재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국내 패널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이나 투자 측면에서 지원이 없는 정부 차원의 문제와 세트 산업의 위기의식 부재에서 그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의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진짜 이유를, 단순히 중국 업체들과의 비교에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OLED 다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마이크로 LED 분야에서는 중화권의 추격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마이크로 LED 관련 연사는 8명 중 7명이 중국 및 대만 기업 관계자들이 도맡았다. 국내 기업들도 마이크로 LED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나 전반적인 공급망과 상용화 시점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전날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기술최고책임자)는 "마이크로LED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색 재현, 효율성, 전송 기술 측면 등에서 마이크로LED 상용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중국 산안광전의 로저 장 부사장은 마이크로 LED와 관련해 "매년 R&D에 1400만 달러(약 19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