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동결했지만 원두가격 리스크”…저가커피, 눈치싸움 시작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08.05 07:05
수정 2024.08.05 07:05

스타벅스, 일부 음료 가격 상향 조정

커피 프랜차이즈, 가격인상 카드 놓고 ‘만지작’

인상 요인 지속 누적…“감내 어려워”

원유값 동결…“그나마 버틸 동력 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뉴시스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달을 기점으로 일부 음료 가격을 상향 조정하면서 다른 커피 전문점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통상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릴 경우 후발주자들이 가격 인상 바톤을 이어 받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원유값이 동결하면서 라떼 등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진 상황이지만, 원두가격이 치솟으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저가 브랜드들은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도 원가 압박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어 도미노 인상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블룸버그 및 파이낸셜타임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커피브랜드 루이지 라바짜를 이끄는 주세페 라바짜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등 주요 재배지역 이상 기후로 인해 수확량이 부족해져 내년 중반까지 원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세페 라바짜 회장은 "올해 흉작으로 인해 베트남산 원두에 대해 선물가격보다 톤당 1000 달러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업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올해 이미 15% 오른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내년까지 10%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원두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가뭄 등 이상기후로 주요 생산국의 수확량이 줄면서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의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은 1년 사이 2배가량 높아졌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커피 원두는 전량 수입하는데 지난주 기준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월 평균 환율 1195원 대비 16% 오른 1388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도 월 916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오르면서 가격인상 요인이 커졌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뉴시스
◇ 스타벅스, 이달 가격 인상…후발주자들 잇따라 저울질 시작


스타벅스가 2년 반 만에 가격을 조정하면서 커피값 인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달 2일부터 일부 품목 가격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했다. 2년 7개월여 만의 가격 변동으로 사이즈별로 가격을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벅스 측은 “가장 많이 판매되는 톨 사이즈는 가격을 동결해 고객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대내외 가격 인상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으나 각종 직·간접 비용 상승이 지속 누적됨에 따라 가격 조정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의 가격 조정에 따라 경쟁 커피전문점들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올리면 경쟁업체들이 뒤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1위 업체와 가격 인상 요인은 같지만 소비자 눈치에 밀려 부담을 감내해왔다.


다만 주요 저가커피 브랜드들은 아직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가는 되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징과도 같은 '2000원대 아메리카노'를 포기할 경우, 경쟁력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메가MGC커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원두 비용을 경감하는 노력을 통해 각종 원부재료 원가 인상 압박은 본사가 최대한 감내하고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동시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소싱력 강화를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인상 요인이 계속 누적될 경우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가격 인상 요인을 수년 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지만 인건비, 물류비, 원·부자재 등 제반 비용의 가파른 상승으로 가맹점과 본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이미 일부 저가커피 브랜드는 어려움을 버티다 못 해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더리터는 지난 1월부터 음료 가격을 평균 400원 인상했고, 4월엔 더벤티마저 카페라떼 등 음료 7종의 가격을 200~500원 올렸다.


저가커피 관계자는 “그간 부자재와 협력업체의 인건비 상승분은 본사에서 떠안고 있었는데,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데다 가맹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부분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향후 판매가 인상 책정 시 원자재 인상률 범위 내에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원유 가격이 동결됨에 따라 아직 버틸 요인이 아직은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원유값이 오르면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등 흰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의 비중이 큰 커피 프랜차이즈도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흰 우유와 원유를 주재료로 쓰는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오르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업체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원료는 물론 물류 및 유지비용 등 모든 제반비용들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원유가격이 동결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간 누적된 요인들은 꽤 있어 지켜볼 일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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