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조국 2기 지도부, '10월 재보선'서 정면충돌하나 [정국 기상대]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4.08.01 01:00
수정 2024.08.01 01:00

당분간 큰 선거 없는 가운데 속속 새 지도체제

각 당 새 지도부 10·16 재보선에서 첫 격돌

정통 텃밭 사수 못할 시 리더십 타격 불가피

앞서 '강서구청장' 보선에도 거대양당 총력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3월 5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10월 16일 열리는 하반기 재보궐선거는 지금까지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등 4곳 기초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실시가 확정됐다.


평시라면 호남 쪽 지방자치단체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화군 등은 이변 없이 국민의힘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큰 이목이 쏠리지 않을 법하지만, 이번 재보선이 갖는 의미는 다른 때와는 매우 다르다. 선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원내 3당 지도부가 진용을 새로 정비한 뒤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각당 당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가는 만큼, 3개월을 채 남겨두지 않은 재보선에는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각 '이재명' '한동훈' '조국' 체제를 내세운 원내 3개 정당은 임박한 재보선에서 첫 정면승부를 펼치게 된다. 각 정당이 기존 '강세 지역'에서 무난한 수성을 하지 못할 시에는 당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민주당계' 정당들이 텃밭인 호남을 주무대로 '야권발' 경쟁을 펼치는 점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이 외쳐온 '자강'의 가능 여부는 호남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내놓고,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에 달려있다. 이를 통해 혁신당이 처한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혀오던 비례 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당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선 전국 정당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별세한 부산 금정구와 유천호 전 군수가 별세한 인천 강화군에서는 각각 보궐선거가 열린다. 두 전 기초자치단체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현직 군수가 당선무효가 된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에선 재선거가 열린다. 직이 상실된 이상철 전 곡성군수는 민주당 소속,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무소속이었다.


우선 혁신당은 선거 실시가 확정된 네 곳 전부에 후보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혁신당은 전남 영광 혹은 곡성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8·18 전당대회를 통해 전열 정비를 완료할 민주당 '이재명 2기' 지도부는 수성을, 앞서 지난 20일 출범한 혁신당 '조국 2기' 지도부는 공세를 예고하며 정면 승부가 멀지 않은 상황이다.


혁신당은 2026년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8일 황현선 사무총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8월초 당 조강특위를 구성해 지역위원장들을 임명할 것이다.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강특위를 만드는 것은 전국적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민주당과 혁신당이 국회 안에서는 협력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바닥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8·1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에서 압도적인 대세론을 확인하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이라지만, 혁신당이 민주당에 대항해 호남에서 이 전 대표의 리더십에 작게나마 균열을 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혁신당의 입장에서는 당장 호남을 제외하고는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에 민주당 후보와 '인물론'으로 비교해 우위에 서는 식으로 표심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팽팽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보다는 인천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을 확보하는데 전력투구할 전망이다. 특히 강화군은 재보선을 포함한 역대 9차례 군수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들이 7차례나 승리를 거둔 곳이다.


강화군에선 1995년과 1998년 김선흥 후보가 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당선이 됐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국민의힘 계열 후보들이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강화군수 선거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당연히 이겨야 할 곳'이라는 기류가 강한 가운데,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바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0월 위기설'을 언급하며 한동훈 지도부 흔들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 의원은 충남 천안과 아산 지역에서의 보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천안은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며, 아산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사건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상고돼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내달 31일까지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야 10·16 재보선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두 지역의 보선이 '시기적'으로 10월에 열릴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최근 MBC '뉴스외전'에서 "지금까지 한동훈 대표가 한 것이 뭐냐.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랑 다르다는 차별화, 윤석열 대통령을 멀리 하면 우리 이길 수 있어' 이런 광고를 해온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10월이 됐는데 만약에 보궐선거에서, 한동훈 체제로 바뀐 뒤에 성과가 안 나온다면 '당신도 별 볼 일 없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는 10월 재보선에 막대한 이목이 쏠리는 배경엔 지난해 10월 치러졌던 선례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기초자치단체장' 단 1곳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렀음에도, 여야는 모두 전 당 차원의 사활을 걸었다. 22대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진행됐던 만큼 '미니 총선'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은 선거였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기치로 걸고 대대적인 당력을 투입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국기문란과 윤석열 정부와 함께 시너지를 낼 일꾼론을 설파하며 민주당에 맞섰다. 결과적으론 여당의 참패였다. 이재명 전 대표는단식 여파로 입원을 했다가 퇴원을 하는 길에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의 유세장에 방문, 지원 연설을 하기도 했다. 녹색병원에서 단식 회복을 하는 과정에서도 당 지도부로부터 강서구청장 선거 현황을 보고 받는 등 병상 지휘를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는 10·16 재보선은 새 지도부가 결정되고 처음 열리는 선거"라며 "앞선 강서구청장 선거 때만 비춰보더라도, 여야 할 것 없이 승리를 하기 위한 당 차원의 총공세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 강세지역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