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진 진찰료 올리고 수술·처지·마취 등 저평가 의료행위 보상 늘린다
입력 2024.07.24 18:20
수정 2024.07.24 21:58
내년도 의원급 0.5%·병원급 1.2% 인상
의원급 환산지수 인상률 역대 최저
수술·처치 등 환산지수 차등 적용키로
복지부 “합리적 수가체계 정상화 시작”
현행 수가체계가 대폭 개선된다. 정부는 모든 의료행위에 일괄적으로 적용했던 환산지수 인상률을 낮추고 그간 의료계가 반대하던 의료행위별 보상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앞으로 요양급여비용(수가)를 결정할 때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하게 된다. 검체·영상 검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수술·처지·마취료 등의 가산이 확대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5년 병원·의원 환산지수 결정’을 의결했다.
내년 의원급 환산지수는 0.5% 오른 94.1원이다. 의원급 환산지수 인상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최초다. 상대가치연계로 외래 초진 및 재진 진찰료는 각각 4% 올라간다.
병원급 환산지수는 올해 대비 1.2% 인상한 82.2원이다. 병원급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다만 상대가치연계로 병원급 이상의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한 야간 및 공휴일 가산은 50%에서 100%로 확대된다.
또 응급실에서 시행되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도 50%에서 150%로 늘어난다. 의원급 토요가산을 병원까지 확대 적용한다.
이와 함께 외과계 의원에 대한 수가 개선방안을 관련 의사회 등 협의를 거쳐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는 부대의견도 의결됐다.
이날 위원회에서 결정된 의원·병원 유형의 환산지수와 논의된 상대가치점수 조정방안은 복지부 고시 개정을 통해 확정된다.
획일적 인상구조, 행위 간 보상 불균형 심화
앞서 복지부는 올해 저보상 행위에 수가를 더 인상하는, 즉 환산지수에 차등을 두려했으나 의료계 반발에 철회하고 일괄 인상했다. 당시 의료계가 수가 불균형 문제는 추가 재정을 투입해야 할 문제라면서 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부터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하기로 하면서 획일적 인상구조에서 탈피하게 됐다. 수가 결정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정부는 27년 만에 의대증원을 한 것에 힘입어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의료·지역의료 살리기에 들어갔다.
현행 수가 결정체계는 모든 의료행위에 적용된다. 매년 인상돼 온 환산지수의 영향이 크게 적용되는데, 문제는 이러한 획일적 인상구조로 인한 일부 수가 체계 왜곡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환산지수의 획일적 인상구조는 행위 간 보상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또 의료기술의 발전, 진료행태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개별 행위의 상대가치점수가 충분히 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5~7년 주기 대규모 개편을 통해 단계적으로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으나 환산지수가 이보다 빨리, 매년 일괄적으로 인상되면서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따른 불균형 해소 효과가 일부 반감되는 문제가 있다.
검체·영상 검사와 같이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는 행위의 경우 상대가치점수가 고평가됐지만 수술·처치와 같이 인적 자원 투입 강도가 높은 행위는 필수의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것이 이 이유다.
환산지수가 모든 행위에 동일하게 인상 적용될 경우 고평가된 행위는 더 크게 수가가 인상되고 저평가된 행위는 상대적으로 작게 인상돼 행위 간 보상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병원보다 의원이 비싸”…환산지수 역전 심화
수가역전 문제도 있다. 동일한 의료행위에 대해 병원보다 의원에서 더 가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유형별 환산지수를 결정한 초기에는 의과의 같은 의료행위에 대해 환산지수와 종별 가산율 적용 시 병원에서의 가격이 의원에서보다 높았다.
하지만 환산지수 결정모형의 특성상 총진료비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병원은 의원보다 대체로 환산지수 인상률이 낮게 결정됐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서 의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은 매년 상대적으로 높게 결정돼 2021년부터는 상급종합병원의 종별 가산율 적용 후에도 의원의 환산지수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우리나라 수가 결정체계의 두 축인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함으로써 일괄적인 수가 인상 구조를 탈피해 저평가된 항목을 보다 집중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행위 간 보상 불균형을 해소하고 병의원 간 수가 역전을 완화함으로써 그간 필수의료 위기, 의료 전달체계 왜곡 등을 초래한 불합리·불균형한 보상구조의 정상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 의료의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제가 절대적인 비중을 갖고 있다”며 “이번 위원회 논의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의 두 축을 이루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해 합리적인 수가체계로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평가 행위에 대한 집중 보상을 비롯해 보상체계의 공정성 강화를 통해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