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MM 발주 컨선 인도 지연...인력난에 '발목’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07.08 14:39
수정 2024.07.08 14:40

가동률 100% 넘지만, 숙련인력 부족 현상 지속돼

한화오션 "납기일 지키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한화오션

반년 만에 작년 수주 총액을 넘으며 안정적인 일감 확보에 나서고 있는 한화오션이 최근 인력난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력난이 지속되면서 올해만 선박 7척의 납기 일정을 연기한 한화오션이 연말 예정된 선박의 납기일을 맞출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한화오션의 조선소 가동률은 101%에 달한다. 연이은 수주에 성공하며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결과다.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연간 수주 달성률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올 상반기 수주만으로 지난해 총수주액을 넘겼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총 27척, 53억 3000만 달러(약 7조 3277억 원)를 수주했다. 이는 작년 총 10척, 19억 달러(약 2조 6200억 원)의 세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지난해 인수합병, 흑자전환 등 굵직한 과제에 집중했던 한화오션은 올해 연이은 수주 소식을 알리면서 기업 정상화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다만 조선업계의 오랜 과제인 ‘인력난’은 한화오션에 난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상반기에만 선박 7척의 인도 일정을 미뤘다. 지난달 18일 HMM이 2021년 발주한 1만3000TEU급(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인도 시점을 올해 11월 25일로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HMM이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6척씩 나눠 총 12척이다. 이 중 HD현대중공업은 5척을 인도했고, 한화오션은 2척을 인도했다. HD현대중공업의 잔여 선박 인도는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고, 한화오션의 남은 4척은 올해 말까지 인도 예정이다.


조선업체의 도크 운영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동일 시리즈 호선의 인도 간격이 1개월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빡빡한 일정이다.


발주 선사인 HMM으로서는 선복 부족으로 업황이 한창 조인 시점에 인도가 미뤄지는 게 아쉬운 상황이다. HMM 한 관계자는 “지금은 운용할 수 있는 선박이 많으면 돈을 벌기 좋은 시점”이라면서 “이미 사전에 만든 선박 운용 계획이 있지만 보다 확대될 수 있게끔 선박 인도가 제때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인도가 늦어지는 주된 이유로는 인력난이 꼽힌다. 이 관계자는 “한화오션 측은 배를 만들 용접공이 부족해 선박 인도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면서 “과거부터 있었던 조선사들의 인력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화오션은 인력난에 시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60여명이 넘는 한화오션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업무의 주축인 대리·과장급 특수선 설계 인력 유출이 심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가량이 줄었다.


이에 더해 조선소 현장에 투입되던 협력사 인력마저 대거 이탈하면서 인력난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김세원 세종대 지능기전공학부 교수는 “조선업계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현재 많은 용접공 등 필수인력이 반도체 공장으로 빠지면서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인력 충원 속도가 일감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외국 인력 충원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연말 인도 예정인 선박들을 적기에 납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이유로 한화오션이 올해 말 인도해야 할 HMM 계약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마다 야드 사정이란 게 있기 때문에 정확히 11월 인도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한화오션의 문제가 인력난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공정 과정 중 일어나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 인도 일정을 계획했어야 했는데, 이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이미 한번 미룬 일정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지체상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조선업의 심각한 인력난으로 조선소 및 협력업체에 큰 타격을 주면서 선박 건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안을 찾아 선주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올해 말 납기를 최대한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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