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도진 ‘윤심’ 논란, 단호하게 대응해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4.06.29 08:08
수정 2024.06.29 08:08

국힘, 당대표 ‘친윤’ ‘반윤’ 프레임 싸움

기존 ‘윤심’ 개입으로 선거 망친 전례

‘윤심’ 따질 한가로운 처지 아니다

‘윤심 팔이’ 언행시 해당 행위로 조치해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부터, 순서는 국회의원 선수순) ⓒ데일리안 DB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대선주자급인 네 명의 후보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심 잡기에 나섰다. 초반이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원희룡 후보는 ‘친윤’으로, 한동훈 후보는 본인의 뜻과 달리 ‘반윤’ 또는 ‘비윤’으로 분류되고,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는 그 사이 쯤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윤 대통령과 10초만 통화했지만, 자신은 식사까지 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수행 실장을 맡았고 21대 국회에서 윤심을 전하는 메신저 구실을 하며 ‘호위무사’로 불렸던 이용 전 의원이 원 후보를 돕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심’이 원 후보에게 있다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반해 한 후보는 ‘반윤’ 또는 ‘비윤’의 틀에 갇히는 모양새다. 앞서 한 후보는 ‘해병대원 특검’과 관련해 대법원장 등이 특검을 추천하는 ‘제3자 특검법’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 수용을 공언한 한 전 위원장은 ‘반윤’ 수준을 넘어 ‘절윤’”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또한 국민의힘 최대 외곽조직이며 윤석열 정부 출범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이 6월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며 다른 세 명의 후보는 초청하면서 한 후보를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한 후보를 막으려는 ‘윤심’의 메시지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 마치 ‘윤심’ 개입이 논란됐던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당시 유력한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50명의 초선의원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하는 등 당 안팎의 압박이 거세자 결국엔 출마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당내 존재감이 약했던 김기현 후보가 당선됐었다. 그런데 그 후에 국민의힘은 어찌 됐나.


자력이 아니라 ‘윤심’에 의해 당선된 김기현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지 1년 3개월 만에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김태우 전 구청장을 대법원판결 석 달 만에 사면했고, 당에서는 그를 구청장 후보로 다시 공천했었다. 민심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 없이 오로지 법의 잣대만 들이댄 무모한 결정이었다. 그를 공천하는데 대통령실이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련의 상황을 보면 그런 의심을 살 만하다. 결국 김 대표는 선출된 지 9개월 만에 여론에 밀려 사퇴하고 말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심’이 어느 후보에게 있느냐를 따질 한가로운 처지가 아니다. 108석의 소수당으로서 192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하려면 뼈를 깎는 혁신으로 민심을 얻는 방법밖에 없다. 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대통령실이나 정부 입장을 추종하고 지원하기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당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지난 총선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경선 과정에 ‘윤심’이 실제로 작용한다면 선거 후에 당 내부적으로도 큰 내홍에 빠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윤심’이 지원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낙선한 후보 지지자들이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 맞서는 정부 여당의 유일한 무기는 대통령의 거부권인데, 그 거부권조차 무용지물이 되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윤심’이 지원하는 후보가 낙선한다면 당내에서조차 급속한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다. 차기 총선 전에 퇴임하는 윤대통령으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조율되지 않은 어떤 메시지도 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윤심’ 개입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비대위원장도 “항간에 용산(대통령실) 개입설이 나오는데 용산에서 특정 후보와 연계하는 일이 결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라고 했다.


후보들은 ‘윤심’에 기대려 하지 말고,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당원들도 ‘윤심 팔이’에 현혹되지 말고, 어느 후보가 당을 혁신하고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게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는 길이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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