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캐스팅 의존도 낮춰야”…아시아 뮤지컬 시장, 공통 과제 직면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06.27 11:02 수정 2024.06.27 11:02

한국 뮤지컬계는 스타 캐스팅의 의존도가 매우 높아 이에 따른 부작용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스타 캐스팅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규모가 있는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뮤지컬 시장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 캐스팅은 뮤지컬 시장 확대의 일등공신처럼 여겨졌고, 실제로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발표한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591억원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4년 뮤지컬 시장 규모가 약 2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기록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뮤지컬계가 마냥 웃지 못한 이유는, 이 역시 일부 스타급 배우의 대극장 작품의 흥행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만 보더라도 모두 서울의 대극장 작품이고, 이들 작품 내에서도 어떤 배우냐에 따라 티켓 판매 격차가 매우 컸던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선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보다 작품의 흥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작사에서 공개오디션이 아닌, 지정 오디션을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부분 지정 오디션은 말이 ‘오디션’이지 사실상 이미 정해진 캐스팅의 상견례 정도로 읽힌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K-뮤지컬국제마켓’에서 아시아 뮤지컬 시장 관계자들은 스타 캐스팅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역시 스타캐스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유한곤 중국 포커스테이지 문화 미디어 상하이(유) 대표는 “중국도 한국과 비슷한 스타캐스팅 문제에 직면해 있다. 티켓파워가 우수한 배우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면서 “뮤지컬 시장이 발전했지만 인력은 부족하다. 상주형 공연을 통해 더 많은 배우를 육성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야마자키 나호코(Yamazaki Nahoko) 일본 토호(주) 경영기획부 부장 역시 “일본 역시 흥행의 주요 부분을 10명 미만의 스타 배우에 의존하고 있다. 대극장을 채울 수 있는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가 매우 적다”면서 “인재부족은 일본 뮤지컬 시장이 직면한 과제다. 창작자와 스태프는 물론이고 앙상블 및 배우들을 육성하고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스타 캐스팅은 아시아에서 뮤지컬 시장의 규모를 키운 나라를 중심으로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타 캐스팅, 스타 마케팅의 작용과 반작용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성장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스타 캐스팅이, 이제는 시장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중국, 일본 관계자들의 말처럼 스타 의존도가 높게 되면 관객들의 선택에도 스타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할 기회를 막으면서 악순환을 부추긴다. 스타 캐스팅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으로 공연 티켓값이 높아지고, 이는 관객수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관계자는 “스타 마케팅이 지금의 뮤지컬 시장의 규모를 키운 것은 분명하지만, 이 같은 요소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최근 한국은 물론 규모가 있는 일본과 중국 시장 등이 같은 문제에 직면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면서 “이젠 규모의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다. 스타에 의존한 캐스팅보다는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고 창작진 육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할 때”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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