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에 서울 시립병원 900억 손실…서울시, 긴급 예산투입
입력 2024.06.24 02:02
수정 2024.06.24 02:49
연말까지 서울의료원 525억, 보라매병원 372억 손실 예상
병상가동률 떨어지며 손실 급증…서울시, 손실 절반 보전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 이탈이 계속되면 서울 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이 올해 9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전망이다. 이 손실은 주로 병상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생긴 것인데,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한 병원 측에서도 별다른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시민 생명·건강 보호와 필수의료 기능 붕괴를 막기 위해 병원들의 자구책을 전제로 예산을 투입해 손실의 절반을 메꿔주기로 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 20일부터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두 시립병원이 올해 연말까지 897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계했다. 서울의료원의 손실은 525억원, 보라매병원은 372억원에 이른다.
의정 갈등 상황이 지속되면서 '빅5' 병원뿐만 아니라 전공의 비율이 높은 공공 의료기관도 병상 가동률이 떨어졌다. 병상 가동률은 서울의료원이 전공의 이탈 전 72%였던 것에서 5월 말 기준 44%로 28%p 하락했다. 보라매병원도 72%에서 52%로 20%p 떨어졌다.
서울의료원은 의사 203명 중 전공의가 44명으로 비율이 22%, 보라매병원은 의사 348명 가운데 전공의가 118명으로 34%다. 보라매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서울아산병원(34.5%), 서울성모병원(33.8%)과 비슷하다.
병상 가동률이 떨어진 것과 별개로 전문의들에게 업무가 몰리며 외래환자 진료 실적도 나빠졌다. 보라매병원은 지난해 하루 평균 외래환자 3332명을 진료했는데 전공의 사직사태 이후인 5월에는 2888명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두 시립병원의 손실 중 절반가량인 456억원에 대해 시 예산을 투입해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재난관리기금 118억원(서울의료원 42억원, 보라매병원 76억원)을 투입했는데, 추가경정예산안 338억원(서울의료원 226억원, 보라매병원 112억원)을 편성해 재정을 다시 투입할 계획이다. 재난관리기금과 추경까지 합하면 총 456억원이다.
손실이 큰 데다 두 시립병원은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과, 외과 등 필수과목 중심으로 평일 진료 시간을 2시간 연장하는 등 공공의료 업무 부담을 늘렸기 때문이다. 시는 또 전문의들의 '번아웃'을 막고 병원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한 의사 신규 채용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병원들은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섰다.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모두 의사직이 아닌 직군의 신규 채용은 유보하고, 의사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무급휴가를 권고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중이다. 각종 소모품 재고까지 일일이 관리하며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서울의료원은 여기에 더해 MRI 및 CT 촬영, 재활치료 등 진료 실적을 높이고 각종 행사·홍보 비용은 줄일 계획이다.
시의 재정지원은 두 시립병원의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이 길어지며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금을 투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 의정갈등 상황이 더 길어질 경우 시민 건강 보호에 심각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병원 경영도 한계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시 예산을 투입해 두 공공 의료기관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전공의 복귀를 위해 정부와 함께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