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가 능사?…반복되는 금융사고 해법 '갑론을박'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06.20 15:13
수정 2024.06.20 18:28

우리은행 100억원대 횡령 발생

내달 책무구조도 도입에 관심↑

비용·차별화된 기준 적용 필요

우리(왼쪽부터)·신한·KB국민·하나은행 본점 전경. ⓒ각 사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채무구조도 도입이 임박한 가운데 시중은행에서 직원 횡령 사태가 다시 불거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일탈을 막겠다며 당국과 금융사들이 고삐를 죄고 있었지만, 결국 달라진 것 없는 현실에 재발 방지가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대두된다.


금융권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임원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각 금융사별 내부통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필요 시 본점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해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지역 한 지점에 근무하던 직원이 약 100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이미 700억원 횡령 사고로 금감원 제재를 받았지만, 또 다시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원장은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책무구조도에 대해선 향후 임원에게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며 면피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임원이나 CEO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에 잇따른 횡령사고가 터지자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으로 책무구조도 카드를 꺼냈다. 지배구조법에 의해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의지였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 등에 부여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 범위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동안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할지도 명확하지 않았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 자체적으로 임원의 책임 영역을 확정토록 하고 사고 발생 시 책무구조도에 의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를 충실히 하면 사고가 발생했어도 제재를 감면해주는 근거도 만들었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도입 전부터 드러난 금융사고로 인해 향후 이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내부통제 의무를 구체화해도 개별 기준 준수 여부가 모호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금융사고를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인지, 시스템이 작동을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책무구조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금융권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들의 책무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금융사고 대부분이 일선 영업점에서 개인의 일탈로 벌어지고 있고 해당 직원 또는 부서 외 사전에 감지하기 어려운 시스템인 만큼 실효성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책무구조도 도입이 제재보다 예방에 더욱 방점을 두기 위해선 비용과 내부통제의 합리적 수준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사고에 대한 책무도 여러 임원 간에 배분되야 하며, 이러한 책무구조 작성상 난제는 책무구조의 실효성을 판단하고 주어진 책무에 따른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감독상 난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결제 전산망 등 IT 또는 디지털금융 관련 사고 위험도 개별 기관의 여건에 따라 대응 시 상당한 비용 차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형기관의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 사례를 소형기관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기관별로 차별화된 기준 적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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