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 동네 병·의원도 휴진…정부 "의협이 개별 병원 담합시켜" 공정위 신고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6.18 09:02
수정 2024.06.18 09:02

휴진 사전 신고는 4%…의협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

병원 가려는 환자, 사전에 진료여부 확인하고 가야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휴진하면 필수의료 공백 불가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가운을 벗고 있다.ⓒ연합뉴스

전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병원에 이어 18일 전국 병의원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에 사전에 휴진 신고한 병의원은 4%에 불과하지만, 진료를 최소한만 하는 등의 편법으로 휴진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대학교수들도 개별적으로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의 의료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휴진을 주도한 의협 지도부에 집단행동 금지 교사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의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 동네 의원도 휴진…정부, 공정위에 의협 신고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의협 주도로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하루 휴진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가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집계한 결과, 이날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371개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실제 동네 의원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의협 측은 휴진 투표에서 '역대급 지지율'이 나온 만큼 더 많은 병원이 진료를 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의협이 벌인 총파업(집단 휴진) 당시, 휴진 첫날이던 8월 14일 휴진율은 32.6%에 달했다. 같은 달 26∼28일에는 휴진율이 10.8%, 8.9%, 6.5%로 계속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우선 하루만 휴진하기로 한 만큼 30% 넘게 휴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정부는 사업자 단체인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담합에 동원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했다. 이에 앞서 이달 14일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도 내렸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23명으로 전국에서 의사수가 제일 적은 세종시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단 휴진에 동참한 의원은 무조건 불매운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휴진을 예고한 지역 관내 개원의들의 병원 정보를 공유하며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병원에 가려는 환자들은 사전에 진료 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전화를 이용하는 경우 ☎129(보건복지콜센터)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1644-2000) 콜센터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으로는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에 들어가 시군구별로 문 여는 병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학교 병원ⓒ연합뉴스

◇ 대학병원 교수 휴진하면 필수의료 공백…중증·응급 진료는 유지


개원가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진료과목이 필수의료 분야라 할 수 있는 대학병원들이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 '빅5'에 소속된 일부 교수들은 이날 의협 주도 휴진에 '회원' 자격으로 개별 참여할 전망이다. 상급 의료기관 소속인 이들이 진료를 쉴 경우 환자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중 60.9%(225명)는 이날 휴진을 하거나 연차를 내 진료를 보지 않는 등 이미 일정을 조정했다. 다만 이번 의료 공백 사태에서 대학병원 교수들의 휴진 사례가 그동안 많지 않았고, 이번에도 대학병원 휴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하루 연차를 쓰면서 의협의 전면 휴진에 동참할 수는 있겠으나, 소수인 것으로 안다"며 "병원은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다른 대학병원들도 대규모 교수 휴진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개별적으로 휴진하더라도 중증·응급 환자 등에 대한 진료는 유지해 환자 불편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고 있다.ⓒ연합뉴스

◇ 의협, 여의도에서 의사총궐기대회 개최…"한국 살릴 마지막 기회"


휴진을 주도한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는 주제로 총궐기대회를 연다. 이날 대회에서 의협은 공연과 가두행진 등을 통해 정부 의료정책의 부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의협은 전날 낸 '대국민 호소문'에서도 "불가피하게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소식을 전하게 돼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 예정대로 휴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계는 집단행동만큼은 피하고자 16일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 등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참히 거부했다"며 "이에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집단휴진과 총궐기대회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휴진과 궐기대회는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이번이) 패망 직전인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역설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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