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꽃 피운 ‘통일벼’…K-라이스벨트 매력에 푹 빠지다 [新농사직썰-케이팜⑤]
입력 2024.06.13 08:32
수정 2024.06.13 08:55
70년대 한국 식량자급 초석
아프리카 토양에 적합한 품종
가나・세네갈 등 앞다퉈 종자 확보 총력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구 반대편의 대륙 아프리카는 오랜 전쟁과 유럽의 식민지로 있으면서 발전을 하지 못했다. 특히 척박한 기후와 턱없이 부족한 식량난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인식됐다. 이런 아프리카에 식량난을 해결할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보릿고개를 해결해준 ‘통일벼’가 그 주인공이다. 통일벼가 아프리카 토양과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누가 했을까. 이제 1970년대 우리나라 식량난을 해결해준 통일벼가 아프리카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통일벼는 밀접한 인연이 있다. 농진청 60년사에서 통일벼의 존재는 상당하다. 그만큼 통일벼는 지금의 국산 벼 품종의 시발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지금 시선으로 본다면 당시 통일벼는 단점이 많았던 품종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통일벼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높아졌고, 이후 품질 좋은 쌀이 생산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찬사 받고도 남을 일이다.
▶︎농진청과 함께한 통일벼…세계에서도 통했다
농진청은 지난 2022년 출범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60여년간 농진청은 농업 발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농업’으로 농사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60년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주저 없이 ‘통일벼’를 꼽는다. 지금도 농진청에서 수많은 벼 품종을 개발・보급 중인데, 이 과정에서 통일벼의 파생 품종이 다수 탄생됐다.
통일벼는 한국전쟁 이후 자급자족 시발점이 된 역사적 변곡점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겪었다. 당시 우리 벼 품종은 재래종과 도입종이 주류를 이루면서 키가 커서 잘 쓰러지고 각종 병해에 약해 평균 쌀 수량성이 310kg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1971년 개발된 통일벼는 6년 후인 1977년 식량 자급자족을 이루며 농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당시 농가호당 평균소득(0.3ha 기준)은 1972년 2400원에서 1977년 1만28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도 1965년 350만t에서 1977년 600만t으로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이때부터 통일벼를 시작으로 통일형 품종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70년대 중반까지 통일, 조생통일, 영남조생 등이 개발됐고 70년대 후반에는 청청벼, 태백벼, 추풍벼 등이 선보였다. 80년대에는 풍산벼 등이 개발돼 농업 전성시대를 맞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벼 품종 연구는 수많은 계보를 이어 2017년 해들, 2018년 알찬미라는 ‘토종 품종’을 개발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1971년 통일벼 개발이래 30년 만에 ‘완전체’ 토종 품종이 탄생한 것이다.
현웅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과 농업연구사는 “1970년대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래벼를 브랜드 쌀로 사용하고 있다”며 “해들과 알찬미를 개발하면서 외래벼 및 브랜드 특화를 위한 기종 장기재배 품종 대체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웅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과 농업연구사는 “1970년대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래벼를 브랜드 쌀로 사용하고 있다”며 “해들과 알찬미를 개발하면서 외래벼 및 브랜드 특화를 위한 기종 장기재배 품종 대체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로 날아간 통일벼…협력국가들 “판타스틱”
통일벼가 아프리카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일본, 중국 등 주요 쌀 생산국들도 포기한 국가가 아프리카다. 그만큼 벼가 자라기에는 기후와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하지만 통일벼는 달랐다. 시작부터 통일벼가 아프리카에서 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2019년 12월은 통일벼를 활용한 새 품종이 아프리카에 첫 등록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농진청은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의 다수성 벼 개발 과제로 아프리카 벼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새 품종을 말라위와 말리 두 나라에 아프리카 최초로 등록했다.
등록한 벼는 우리나라의 ‘통일벼’와 아프리카 토종벼를 활용해 개발한 Makafaci와 Kachangu(말라위), KAFACI1(말리) 세가지 품종이다.
이 품종들은 현지 수량성 시험 결과 기존 2∼4t/ha 생산대비 1ha당 6.8∼8.7t으로 많은 양의 생산이 가능했다. 또 가나와 케냐, 말라위, 말리, 수단, 우간다 등 6개 나라도 통일벼를 활용한 46개 품종을 등록하기 위해 수량성 검정 등 국가성능시험(NPT)에 착수했다.
이렇게 꾸준한 연구 과정을 거친 통일벼는 지난해 그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 통일벼를 기반으로 한 새 품종들이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에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실제로 코피아가나센터는 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다수성 품종 재배를 확대했다. 현재 3t/ha 수준인 생산량을 4t 이상으로 끌어올리고자 한국의 다수확 통일계 품종을 기반으로 육성된 가나 신품종 ‘AGYAPA’와 ‘KOREA-MO’ 및 가나 개량 품종의 원종 9.4t을 생산했다.
김충회 코피아가나센터 소장은 “오는 2027년까지 누적 960ha에서 총 4980t의 보급종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가나 벼 재배면적의 3분의 1인 약 10만ha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파아세네갈센터 역시 그동안 보급한 고품질 벼 품종의 성공적인 수확으로 고무적인 모습이다. 참여 농가의 38% 이상이 지역 평균 생산량보다 1.5배 높은 3t/ha를 수확한 것이 국가적 이슈가 될 정도였다. 세네갈 협력기관인 ISRA는 코피아세네갈센터와 오는 2028년까지 라이스피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창연 코피아세네갈센터 소장은 “세네갈을 비롯한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등 서부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이들 지역에서 소비하는 쌀의 양이 1인당 연간 100kg 이상”이라며 “그러나 쌀 자급률을 보면 세네갈은 50%, 감비아는 20% 수준이다. 코피아세네갈센터는 주곡자급률 당성 촉진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일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앙골라, 짐바브웨 4개국은 아프리카 주요 농식품 장관들은 부대행사로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컨퍼런스’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통일벼 증산 경험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쌀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인 K-라이스벨트 참여국이 14개국으로 확대됐다. 코모로도 한국과 다방면의 농업 지식교류 및 민관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토론 및 발표 현장에서는 아프리카 6개국 장관들이 자국 농업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과 협력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또 농식품부·농진청·행정안전부는 식량원조, 농업 기반시설 구축, 농기계 보급, 기술개발 및 보급, 새마을운동 등 한국이 아프리카와 추진 중인 협력 사업들과 그 주요 성과를 소개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이번 컨퍼런스가 우호 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특히 미래 농업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또 만찬에서 한국의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소개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한국에서 개발한 가루쌀로 만들어진 빵과 케이크, 약과와 식혜를 포함한 다양한 K-푸드를 전시해 참가자들 시선을 사로잡았다.
▲6월 27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⑥]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