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대북 소통 채널?…한가한 윤 정부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06.13 07:00
수정 2024.06.13 07:00
남북, 오물풍선 국면에서
'언론' 통해 후속조치 예고
'즉강끝'·'선조치 후보고' 방침
북한이 곡해하면 핵위기 가능성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이에 맞선 남측의 확성기 재가동으로 불안감이 고조되던 한반도 정세가 휴지기를 맞았다.
남북은 지난 몇 주간 맞대응 조치를 취하기 앞서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공방을 주고받으면서도 최소한의 상황관리는 이뤄진 셈이다.
문제는 언론을 통한 소통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군사방침은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응징)'으로 요약된다. 윤 정부는 현장 지휘관 판단하에 '선(先)조치 후(後)보고'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연평도 포격 도발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군은 원점 타격으로 즉각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의 '압도적 대응'을 북한이 확대해석할 경우 핵미사일 카드가 빠르게 사용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확전을 피하려면 '상대가 예측 가능하고 감당 가능한 응징'이 이뤄져야 한다. 중동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방은 확전으로 치닫지 않는 군사행동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이스라엘 공격으로 군 고위 장교 8명을 잃은 이란은 오만(Oman)에 마련된 미국과의 핫라인을 통해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스라엘 본토 공격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이란이 몇 날 몇 시에 어떤 방식으로, 어디를 공격할지 알고 있던 이스라엘과 서방국가들은 요격 시스템 등을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는 '그림'을 얻었고, 이스라엘은 '성공적 방어'를 자랑할 수 있었다.
남북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핵사용 시 북한 정권 종말'을, 북한은 '전쟁 발발 시 남한 점령'을 운운하며 발톱 드러내기에 주저함이 없다.
다만 오물풍선 국면에서 드러났듯 양측 모두 벼랑 끝 승부는 원치 않는다. 갈등이 격화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은 것이 남북의 공통된 이해다.
무엇보다 확전을 예방하기 위해선 물밑에서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필수적이다. 현재 유엔사 채널이 가동 가능하지만, 유엔사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을 억지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결정적 상황'에서 유엔사는 윤 정부 운신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우발적 충돌이든 의도된 도발이든 북한에 상응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확전을 막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진의'를 사전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언론에 알리는 것이 북한에 알리는 것'이라는 현재 윤 정부 방침으론 어림없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