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면 휴진, 개원의 얼마나 동참할까…속 타는 환자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4.06.12 03:11 수정 2024.06.12 03:11

18일 전면 휴진 선포에 '쉬면 손실 커' vs '이번엔 달라'

"하루 휴진한다고 정부 정책 바뀌지 않아…오히려 손해"

"4년 전보다는 참여율 높을 것…미리 약 넉넉히 주면 돼"

진행성 질환으로 진료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불안감 호소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들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 선언한 가운데 동네 병의원 등 개원가에서 실제 얼마나 휴진에 동참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유례없는 대규모 의대 증원에 따른 반발심에서 이번에는 개원의도 휴진에 대거 동참할 거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지난 2020년의 사례를 봤을 때 실제 휴진하는 개원의들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을 이런 전망과는 상관없이 진료 공백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놓고 개원의들의 의견도 상당히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양천구의 안과 개원의인 A씨는 "개원의들은 일단 자영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휴진이 그대로 영업손실로 이어지게 된다"며 "하루 휴진한다고 정부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텐데 환자들로부터 클레임(불만)은 크게 들어온다"고 전했다. A씨는 "개원의들은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지역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타격이 크다"며 "안그래도 의사들 단체행동에 대한 여론이 안좋다보니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서울의 또 다른 개원의 B씨는 "의협에서 하루 휴진하기로 결정했으니 이번에는 종전보다 참여율이 높을 것 같긴 하다"고 내다봤다.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협이 벌인 총파업(집단 휴진) 때는 첫날인 8월 14일 휴진율이 33%였으나 같은 달 28일에는 6.5%로 떨어진 바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지난 9일 의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를 공개하며 18일 전면 휴진 후 여의도 집회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의협 지도부는 회원들에게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전체 회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100일 넘게 광야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저는 기꺼이 의료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헌 의협 부회장도 페이스북 계정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 18일입니다"라며 휴진 동참을 호소했다.


개원가는 동네 병의원의 휴진에 따른 환자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원의 C씨는 "개원의들이 100% 휴진하는 것이 아닌 이상 한 곳이 휴진한다고 해서 환자들이 진료를 아예 못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휴진하기로 한 개원의들은 미리 환자들에게 약을 넉넉히 처방해 주는 것으로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개원의들의 생각과는 달리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매주 2회씩 안과 병원을 찾는 D씨는 "내가 앓는 질환은 진행경과 확인이 매우 중요해서 한 병원만 고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휴진하게 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그깟 하루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자 당사자에게는 매우 심각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피부 질환으로 일주일에 2∼3번 병원을 찾는 E씨 역시 "우리 동네 피부과는 전부 미용 관련 진료만 해서 부득이하게 다른 동네로 병원에 다니는데, 휴진할까 봐 걱정된다"며 "당장 목숨이 위급한 질병이 아니기에 큰 피해는 없겠지만, 상황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 온라인 카페의 한 이용자는 "다음 내원일이 18일인데 휴진 때문에 갑자기 (일정이) 미뤄졌다"며 "사전에 방문해서 며칠 치 부족한 약을 받으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중복 처방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해서 강제로 단약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파업하는 건 존중할 수 있지만, 하루라도 약 없으면 생활이 힘든 환자를 내팽개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며 "단약 부작용은 내가 다 감내해야 하는데 대책 없이 휴진하면 환자는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동네 병의원 차원을 넘어 대학병원들까지 휴진에 동참하면 환자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휴진을 결의하고도 대부분 대학병원 교수가 진료를 이어갔고 앞으로도 중증·응급 환자 진료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나 수술 일정 등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개원의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며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하는데 수술이 지연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의협은 이달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교수 단체들도 의협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의협의 개원의에게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하는 등 집단행동에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의료법에 따라 이날부로 개원의에 대한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각 시도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관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예고일인 6월 18일에 진료명령을 내리고, 그럼에도 당일에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사흘 전(영업일 기준)인 6월 13일까지 신고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정부는 18일 당일에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따른 것인지 등을 포함해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도 내리고, 명령 불이행시 행정처분 및 처벌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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